수술실 CCTV 운영 두 달…“무용지물” vs “촬영 안내 소극적”

  • 뉴스1
  • 입력 2023년 11월 27일 0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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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된 2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공동취재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된 2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공동취재
병원 수술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 두 달을 넘어섰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파악됐다.

CCTV를 설치한 병원에선 지난 두 달간 수술을 촬영한 사례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심지어 “쓸 데 없는 짓을 벌였다”고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병원도 있다. 반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해 온 시민단체은 정부와 병원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두 달간 소위 ‘빅5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실 CCTV 촬영 사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치를 밝힌 병원들의 촬영 건수는 5건이 채 되지 않았다.

대학병원의 경우 수술이 한 달 평균 수백 건에서 수천 건 시행되는 데 비해 극히 적은 편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물론, 전문병원·종합병원 역시 수술실 CCTV 촬영 사례가 1~2건 또는 전혀 없다는 게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들과 병원장들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25일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CCTV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는 의료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2016년 성형수술 중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 사건이 계기가 돼 이른바 ‘권대희법’이라고도 불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5일 취합 기준 설치 의무 의료기관 2396개소 중 2310개소(96.4%)가 설치를 마쳤고 설치 중인 곳은 43곳(1.8%), 휴업 중이거나 설치를 계획 중인 곳은 43곳(1.8%)으로 집계된 바 있다.

CCTV를 설치하지 않으면 처벌받는지라 대다수 병원은 설치를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의적 미설치 병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 현장 동요나 불만은 눈에 띄게 감소했고 CCTV 설치 우려에 대한 이슈도 많이 잠재워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다만 설치, 운영이 의무일 뿐, 실제 촬영은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 전 요청한 경우에만 이뤄진다. 병원은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가 알 수 있도록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설명해야 한다. 촬영은 환자가 마취될 때부터 수술실을 나갈 때까지 이뤄진다.

이에 대해 수도권 소재 병원 이사장은 “이런 규정을 잘 몰랐던 지방병원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실제 촬영 사례는 극히 적은 편”이라며 “입원을 안내할 때 또는 병동에 CCTV 촬영을 알리게 돼, 고지하고 있음에도 촬영 신청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병원에서도 촬영 신청 사례는 없었다”면서 “사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일부 문제가 된 병원을 처벌하면 될 일이지, 모든 병원에 적용하는 일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만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소재 병원 원장도 “수술 전 촬영 요청이 한 건 들어와 촬영한 적 있다”면서 “다른 병원들도 ‘이걸 왜 했나?’라는 분위기다. 국민적 우려가 제기된 사건이 정책으로 일반화돼 사회적 갈등과 큰 비용이 야기되고, 신뢰에 금이 가는 정책이 아닐까 싶다”고 비판했다.

이 병원장은 “의사들은 수술 등 의료행위를 선의로 한다. 악의를 가진 경우 거의 없다. 의사들의 노력을 정부와 사회가 야박하게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CCTV 설치, 운영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의료기관장이 처벌받는 만큼 관리에도 신경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병원들이 전반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법적 처벌은 피해 가지만 환자가 알 정도로 설명, 안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고(故) 권대희씨 모친으로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해 온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나금 대표는 “복지부가 CCTV 설치 위반 현황도 알리지 않았다. 환자 요청 사례도 접한 바 없다. 병원들이 CCTV 설치, 관리에 대해 논의는 했다는데 정작 수술 전 환자에게 자세히 CCTV 촬영 가능 여부를 설명하지는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부 병원에선 CCTV 설치 여부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상당수 병원은 CCTV가 설치된 점을 잘 알리지 않는다”며 “영상 보존기간이 연장되는 한편, 의료진의 촬영 거부 사유가 환자에게도 합리적일 수 있도록 거듭 개정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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