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서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계속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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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영업자 부담 커” 규제 철회
시민단체 “환경정책 포기” 반발

정부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려던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 일회용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 제한 품목에서 제외됐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과 비닐봉투 판매 금지는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해 단속·과태료 부과를 유예한다.

7일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 기한 종료를 약 2주 앞두고 새로운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고물가, 고금리 상황 속에서 일회용품 규제 강화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더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과거 정책이 다소 조급하게 도입된 측면이 있다.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식당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부담을 덜었다”며 이날 발표를 반겼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일회용품 폐기물 문제가 심각한데, 환경 정책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일회용품 금지’ 규제 철회… “비용 부담 덜어” vs “환경정책 포기”


종이컵 계속 쓴다
“자영업자들 희생 강요하는 규제”… 환경부, 계도기간 종료 앞두고 철회
비닐봉투 판매 금지도 유예시켜… 환경단체 “근거도 없이 포기” 비판

정부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철회한 것은 관련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7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다른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며 “일회용품 사용은 줄여야 하지만 현 정책은 일부의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라고 말했다.

● 소상공 “비싼 종이빨대, 소비자 불만”


2021년 11월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식당이나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다. 또 그동안 유상으로 판매하던 비닐봉투도 아예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정책은 지난해 1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소상공인의 부담을 고려해 1년간 계도 기간을 뒀다. 이달 23일 계도 기간이 종료되면 위반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정부가 한발 물러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커피전문점(15개 브랜드)과 패스트푸드점(5개 브랜드)에서 사용한 일회용 컵은 10억3590만 개로 이 중 종이컵은 4억4158만 개(43%), 플라스틱 컵은 5억9432만 개다.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량은 2019년 기준 9억8900만 개로 추산된다.

환경부는 우선 종이컵을 일회용품 규제 항목에서 제외했다. 그동안 외식업중앙회, 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은 다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세척 인력, 시설 비용 등이 부담된다며 정책 철회를 요구해왔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는 계도 기간이 무기한 연장됐다. 환경부는 “종이 빨대는 가격이 플라스틱 빨대의 2.5배 이상 비싸지만 쉽게 눅눅해져 음료 맛을 떨어뜨린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다”며 “커피 전문점은 비싼 비용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비닐봉투도 당초 판매가 금지될 예정이었지만 판매 금지를 무기한 유예한다. 환경부는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이 안착된 것으로 보인다.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보다 앞으로도 대체품 사용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환경단체는 “국제 사회 흐름 역행” 비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날 환경부 발표를 반겼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일회용품 규제와 관련된 기반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종이빨대나 생분해성 제품은 비용도 비쌀뿐더러 소비자들의 항의, 매출 타격을 소상공인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며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 안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1년간 계도 기한을 둔 환경부가 제도 시행을 불과 2주 앞두고 철회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임 차관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애초에 도입할 때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있다. (규제 강화에 대비해) 미리 준비한 분들에겐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려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녹색연합은 “환경부는 근거도, 논리도 없이 규제를 포기했다. 윤석열 정부 이후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2중대’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서울환경연합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기로 한 데 이어 정부가 연달아 스스로 환경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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