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복지’ 국제도시혁신상 본선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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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 ‘광주다움 통합돌봄’… 신청주의 극복한 혁신사례 호평
복지사-간호사 등 취약계층 방문… 시설 입소 대신 집에 머물며 지원
위기 상황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달 18일 남구 봉선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광주다움 통합돌봄 현장 사례발표회에 참석해 사례 관리 담당자 등을 격려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달 18일 남구 봉선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광주다움 통합돌봄 현장 사례발표회에 참석해 사례 관리 담당자 등을 격려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 동구 지산동에 사는 80대 A 씨 부부는 평소 식사를 위해 동명동 동구노인복지회관까지 1시간 반 동안 걸어 다녔다. 집이 노후화돼 비가 많이 오면 부엌, 화장실에 빗물이 새 생활이 힘들었다. 폭염경보가 발효되더라도 식사를 위해 동구노인복지관을 왕복했다. 저녁, 주말 식사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지산동 행정복지센터는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식사를 도시락으로 지원했다. 또 집 누수로 욕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 방문 목욕도 지원했다. 특히 집이 보수를 하지 않을 경우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사업비를 마련한 후 이달부터 수리를 하고 있다. A 씨 부부는 “지산동 행정복지센터 복지팀의 도움으로 어려움이 해결됐다”며 고마워했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 사는 초등학생 B 군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B 군은 6월 아버지가 급성 알코올의존증으로 갑자기 입원해 홀로 남겨지게 됐다. 연락이 닿는 친척이 없어 B 군은 임시보호시설로 가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임시보호시설에 입소하는 아동 대부분은 중고교생이어서 초등학생이 생활하기 적절하지 않았다. 특히 B 군은 다니던 초등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을 바랐다.

이에 봉선동 행정복지센터는 B 군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긴급 돌봄 서비스에 나섰다. 긴급 돌봄을 통해 식사 준비, 청소, 세탁 등 가사 지원을 하고 정서적 보살핌도 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B 군 아버지가 일주일 만에 퇴원했지만 기저질환 등을 앓고 있어 자녀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가사 지원과 영양식사 배달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올해 4월부터 실시한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시행 5개월 만에 시민 6020명이 이용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생활이 곤란하지만 돌볼 가족이 없고 각종 지원조차 받기 힘든 복지사각지대 시민을 보살피는 것이다. 또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이 복지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아니라 가급적 집에서 머물며 지원을 받는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위기 상황에 처한 시민들에게 97개 동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사·간호사 등 323명이 찾아가 통합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주는 복지 수요자 중심 서비스다. 위기 상황 시민은 질병, 나이, 소득·재산기준 등에 상관없이 필요할 경우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비용은 기준중위소득 85% 이하 소득자는 연간 150만 원 한도 내에서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고, 초과하는 시민은 본인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강은숙 광주시 통합돌봄팀장은 “시민 누구나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을 발견하면 통합돌봄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 사업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을 넘어 국제적 혁신사례로 인정받았다. 광주시는 광주다움 통합돌봄 사업이 제6회 광저우 국제도시혁신상 본선에 진출했다고 20일 밝혔다. 광저우 국제도시혁신상은 세계지방정부연합, 세계대도시연합, 중국 광저우시(세계대도시연합 공동회장도시)가 공동 주최한다. 광저우 국제도시혁신상은 도시 혁신사례 발굴과 공유를 통해 세계 도시 간 공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됐다.

이번 대회에는 54개 국가 198개 도시 274개 우수 정책이 제출됐다. 이들 274개 중 15개 사례가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 진출해도 입선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혁신도시상을 받게 된다. 심사를 맡은 기술위원회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대상자가 신청을 해야 하는 신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하는 혁신적, 대안적 돌봄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국제혁신도시상 본선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이미 성공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통합돌봄 정책은 복지를 넘어 시민 모두의 돌봄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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