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 이겨내자” 동물 친구들도 뙤약볕 애타는 피서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3일 12시 31분


열흘째 폭염 경보 속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
사육 동물에 여름 특식·일 2회 찬물 샤워도

“사람도 앓아 눕는 날씨인데 동물들은 오죽할까요.”

광주·전남 지역에 열흘째 폭염 경보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오전 광주 북구 우치공원 동물원.

26살 어미 코끼리 봉이와 14살 우리 등 두 코끼리 모녀가 살고 있는 사육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거센 물보라가 쳤다. 간밤 열대야로 지친 코끼리들을 위해 사육사들이 호스를 이용하면서 쉴 틈 없이 찬물을 뿌리면서다.

길다란 코를 늘어뜨리며 불볕 더위를 온몸으로 맞고 있던 코끼리들은 찬 물 세례가 반가운 듯 사육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내 큰 귀를 펄럭거리며 체온을 조절하던 봉이가 찬물이 뿜어져 나오는 호스를 향해 먼저 다가왔다.

봉이는 사육사를 향해 물을 쏴달라는 듯 코를 늘어뜨리거나 입을 크게 벌렸다. 사육사는 봉이의 입과 코에 찬물을 쏘며 달궈진 피부를 식혔다. 찬물을 가득 맞은 봉이는 만족스럽다는 듯 돌아서며 ‘푸르르’ 하는 소리를 냈다.

사육사들은 코끼리들의 건강을 위해 제철 과일, 채소 비타민 등을 함께 얼린 얼음 과자도 급여했다.

코끼리들은 단단한 얼음 과자를 앞발로 짓밟은 뒤 조각냈다. 유연한 코를 이용해 부서진 얼음과 과일 조각들을 집어들더니 곧 입 속으로 우겨 넣었다.

물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도 불볕 더위가 버거운 모양새다.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물범은 사육사가 건넨 장어 한마리를 넙죽 받아들더니 이내 기운을 차린 듯 물속을 누비며 친구 물범들과 장난을 쳤다.

평소 미꾸라지만 먹던 수달에게는 이날 연어와 게 등이 얼려진 얼음 케이크가 제공됐다. 지쳐 누워있던 수달은 이빨을 이용해 얼음케이크를 조금씩 조각낸 뒤 가장 좋아하는 연어 살을 빼내 먹었다.

강렬한 햇빛 아래 원숭이 사육장에서는 갈색꼬리감기원숭이들이 원두막에 매달린 과일 빙수가 녹기 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빙수가 적당히 녹아내리자 원숭이들은 경계하며 다가와 빙수를 핥곤 했다. 이내 청포도와 방울토마토를 꺼내들어 달아나 멀찌감치서 야금야금 베어물었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은 얼음과 키위, 수박이 함께 든 먹이 상자 앞에 모여들어 양 손으로 과일을 들고 먹어치웠다.

우치공원 동물원은 이날부터 사육 동물들에게 특식 등을 급여하고 매일 두 차례씩 찬물 샤워를 시키고 있다.

무더위가 지속될 경우 사육장 안에 들여보내 에어컨 등을 쐬게 하는 등 동물 관리에 만전을 기울인다.

동물원 관계자는 “더위로 입맛을 잃은 맹수들에게는 철분이 많이 든 얼린 간을 급여하는 등 동물별 맞춤형 여름 나기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동물들도 지치기 마련이다. 동물들이 아프거나 더위에 앓는 일이 없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광주·전남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열흘째 폭염 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정오 기준 광주·전남 주요 지점별 기온은 광양 35.1도, 영암 학산 35도, 여수 34.8도, 구례 34.7도, 담양 34.6도, 광주 광산 34.4도 등 대부분 지역이 35도에 육박하고 있다.

체감 온도는 곡성 35.5도, 광주 동구·담양 35.4도, 해남 땅끝 35.3도, 구례 35.2도 등 순으로 파악됐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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