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역사의 도시, 밤에는 별구경 맛집… 대구 달서구의 매력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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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군위에서 힐링하세요]
선사시대 관광 콘텐츠 풍부
해설 들으며 역사 문화 탐방
환상적인 야경 볼 수 있는 달서별빛캠프 캠핑장 인기

‘낮과 밤, 옛것과 요즘 것.’

전혀 공존할 것 같지 않은 것들이 공존하면서 상반된 매력을 뿜어내는 도시, 대구 달서구다. 달서구는 대구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다. 전체 면적의 5분의 1가량이 산업공단으로 이뤄졌다. 대구 전체 아파트의 4분의 1인 14만8000여 가구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그래서 달서구를 처음 찾은 사람들은 대게 ‘전형적인 현대도시’라는 첫인상부터 갖는 편이다.

현대화된 익숙한 풍경이 달서구의 전부는 아니다. 부지런히 걸으면서 도시 곳곳을 누비다 보면 과거 선사시대 옛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낮의 활기를 뒤로하고 어두운 밤을 맞으면 달서구는 찬란히 빛나는 도시로 변신한다. 달서구에는 별자리와 은하수 관람 1열의 명당이 곳곳에 숨어 있다. 낮의 활기와 밤의 열기,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달서구를 둘러본다.

● 2만 년 역사가 잠든 도시
대구 달서구 상화로에 설치돼 있는 원시인 조형물. ‘2만 년의 역사가 잠든 곳’에 여름 휴가철을 맞아 물놀이 용품이 씌워져있다. 대구 달서구 제공
대구 달서구 상화로에 설치돼 있는 원시인 조형물. ‘2만 년의 역사가 잠든 곳’에 여름 휴가철을 맞아 물놀이 용품이 씌워져있다. 대구 달서구 제공
인구 53만 명의 거대 자치구인 달서구는 대규모 택지 개발이 활발히 진행됐던 2006년 월성동에서 유물 1만3000여 점이 발견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당시 출토된 유물은 구석기부터 시작해 신석기, 청동기 등에 이르기까지 고루 분포하고 있다. 특히 발견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대구에서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을 5000년 전쯤으로 보고 있었는데 달서구 선사시대 유물 출토를 계기로 대구 역사가 2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2만 년 역사가 잠든 도시 달서구는 선사시대 유적을 다양한 관광 콘텐츠로 만들었다. 선사시대로(路)는 역사 문화 탐방 프로그램으로 문화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선사시대 유적을 가까이서 살펴보면서 상세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다. 모두 3개 코스로 이뤄져 있는데 A 코스는 진천동 선사유적공원 입석에서 출발해 고인돌과 돌널무덤 유적지 구간까지 이어진다. 고인돌 등 1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어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B 코스는 월암로 청동기유적에서 출발해 조암로6길 구석기 유적지로 이어진다. C 코스는 관광객이 직접 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만들 수 있다. 선사시대로는 5명 이상 단체 관광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달서구 홈페이지(dalseo.daegu.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광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는 이색 선사시대 관광 콘텐츠도 다양하다. 선사유적공원 입구 왕복 6차로 도로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도로 안내판을 발견할 수 있다. 털북숭이 남성 원시인 조형물이 도로안내판 위에 걸터앉아 돌도끼로 안내판을 내리찍는 모습이다. 멀리서 보면 실제 원시인이 도로 안내판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같이 보일 정도로 사실적이다. 이 조형물은 대구가 낳은 세계적인 광고 제작자 이제석 씨가 디자인했다.

진천동 대구수목원 입구 삼거리에는 길이 20m, 높이 6m 크기의 대형 조형물 ‘2만 년의 역사가 잠든 곳’이 있다. 원시인이 반쯤 땅에 얼굴을 묻은 채 깊이 잠든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여름 휴가철,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조형물을 활용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 이미 전국적인 명성이 자자하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지붕에 박힌 붉은간토기 조형물과 진천네거리 인근 선사시대 미니어처 테마거리도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관광 포인트다.

지난해 말 진천동에 문을 연 달서선사관은 선사시대 역사 교육부터 체험까지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공간이다. 1층에 조성된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면 2층에서 선사시대 원시인들의 삶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나무 기둥처럼 생긴 큰 막대를 바닥의 구멍에 맞춰 세우고 그 위에 가죽이나 풀을 덮어 움집을 세운다. 집을 지은 뒤에는 벽에 붙어 있는 과일을 따거나 스크린 화면에 돌이나 창을 던져 매머드 같은 동물을 잡는 사냥 체험을 할 수 있다. 돌로 만든 갈판 위에 곡식을 올려놓고 갈돌을 앞뒤로 움직여 식량을 가공하는 체험 거리도 있다.

● 도심 속 캠핑장, 여기가 별구경 맛집
대구 달서구 송현동 앞산 자락에 조성된 달서별빛캠프 캠핑장의 야경. 대구 달서구 제공
대구 달서구 송현동 앞산 자락에 조성된 달서별빛캠프 캠핑장의 야경. 대구 달서구 제공
하늘이 서서히 까맣게 물들고 구석구석까지 검은색으로 가득 채워지면 달서구는 조용히 빛을 뿜으며 이내 환하게 밝히기 시작한다. 마치 밤하늘에서 놀던 별이 땅에 옹기종기 내려앉은 듯한 모습이다. 송현동 앞산 자락 옛 예비군훈련장 자리에 조성된 달서별빛캠프 캠핑장에서 볼 수 있는 도심 야경은 이처럼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카메라만 들면 그림이 되는, 그야말로 도심 뷰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도심 속 빛 공해에서 벗어난 캠핑장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아름다운 별빛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마치 별빛으로 샤워를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이름도 달서별빛캠프 캠핑장으로 지었다.

이 캠핑장은 도심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만큼 급히 짐을 풀지 않아도 여유롭게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카라반 14대가 있고 오토캠핑장 14개 사이트, 데크캠핑장 15개 사이트, 숲속캠핑장 11개 사이트를 갖추고 있다. 물놀이장과 취사장, 샤워장 등 부대 시설도 수준급이다. 캠핑족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퍼져 캠핑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원하는 사이트를 잡으려면 미리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예약 날짜와 방법을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캠핑장 주변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면서 즐길 수 있는 볼거리도 다양하다. 달서 목재문화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종합 전시실과 다목적홀, 유아 등을 위한 오감 놀이시설인 나무상상놀이터로 꾸며져 있다. 지상 2층은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목공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목재체험실과 정서 안정 등의 효과가 있는 편백 및 아로마테라피 체험실로 구성돼 있다. 지상 2, 3층에 자리한 별빛카페에서는 캠핑장보다 높은 곳에서 대구 도심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꼭 들러봐야 할 공간이다.

생태놀이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로 가득 차 있다. 숲속 나무집을 비롯해 곤충아파트와 피크닉 테이블, 인디언집, 모래놀이장, 원통 슬라이드 등을 갖추고 있다. 목재를 이용한 친환경 놀이시설이어서 아이들이 나무와 교감하면서 숲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달서구는 이곳에 대구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천문·우주 분야 공립 전문 과학관인 별빛천체과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달서별빛캠프캠핑장 주차장 부지 1800㎡에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다. 학교 교과 과정과 연계한 전시 콘텐츠를 중심으로 천체 관측이 가능한 시설을 설치하고 별자리와 우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천체 투영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단순히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실물 체험 콘텐츠를 마련해 아이들의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올해 2월 달서구의회 심의를 통과해 과학관 건립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설계 공모 후 설계가 완료되면 내년 공사를 시작해 2025년 하반기 완공할 예정이다. 기존의 달서별빛캠프캠핑장이 도심 캠핑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천체과학관과 캠핑장의 시너지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달서구는 기대하고 있다.

● 생태관광 끝판왕 될 에코전망대도 기대
대구 달서구 호림강나루공원에 들어설 예정인 에코전망대의 조감도. 대구 달서구 제공
대구 달서구 호림강나루공원에 들어설 예정인 에코전망대의 조감도. 대구 달서구 제공
달서구는 도심 속 자연전망대인 에코전망대 설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경관을 살펴볼 수 있는 초고층 타워형으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높은 기대감 속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달서구는 2026년까지 총사업비 160억5000만 원을 투입해 호림강나루공원에 지하 3층, 지상 33층으로 높이 100m에 이르는 연면적 1800㎡ 규모의 에코전망대를 건립한다. 타당성 조사와 기본 구상 용역의 결과는 8월에 나올 예정이다.

에코전망대는 바닥에 투명한 특수 유리를 깔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스카이워크를 비롯해 내부에 3가지 주제의 공간을 조성한다. 우선, 전망대와 미디어아트 전시 등을 통해 사계절 변화하는 달성습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체험 스페이스를 조성한다. 이어 달성습지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원형 보존을 위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건립 방향으로 대화 스페이스도 조성한다. 세 번째는 관광객과 시민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인 힐링 스페이스를 마련한다.

사실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에코전망대 인근에 성서산업단지가 있어 경관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달서구는 2021년부터 사업비 8800억 원을 투입해 산단 대개조 및 성서스마트그린 산단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경관이 크게 개선돼 걱정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지역을 찾는 관광객 모두가 달서구를 더욱 깊이, 그리고 널리 즐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테니 달서구 구석구석을 편안히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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