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비판 외면 건강한 조직 아냐”…공수처 떠나는 부장검사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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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22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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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문 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 2021.9.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성문 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 2021.9.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사직하는 김성문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김진욱 처장(21기)과 여운국 차장(23기) 등 수뇌부를 비판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19일 공수처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수처 근무기간은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한 시기였다”며 △다른 수사기관과 관계 정립 △사건 수사와 처분 여부 △언론과 국회 대응 방향 △조직운영 방향 등 현안에 서 법원 출신들과 의견을 달리 해왔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인 김 처장과 여 차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장검사는 2017년 2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다 2021년 4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용됐다. 같은 해 9월 수사2부장으로서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채 의혹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비수사부서인 인권수사정책관으로 사실상 좌천됐고 올해 4월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메일에서 “‘공수처의 업무 권한을 기존 형사사법체계 틀 속에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검찰은 그런 방법으로 수사하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느냐, 검찰이 일부 언론과 짜고 공수처를 죽이려 한다’ 등의 말이 오가는 간부회의 분위기에서 저의 다른 의견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많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 부장검사는 “검사·수사관의 사직이 잇따르던 지난해 여름 개선안 도출을 제안했지만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직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던 간부들의 목요 티타임도 없어져 그 무렵 사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의 업무 방향에 비판적인 저의 태도를 내부총질이라던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내부의 비판적 의견을 외면하고 기존 업무를 점검·평가하지 않으면 건강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 성과만이 공수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행 공수처법이 수사대상 범죄를 협소하게 규정하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수사 성과만 강조하면 오히려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 내부 분위기나 기밀과 무관한 일에 관한 보도를 보안과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비판적 보도에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야지 내부 일을 외부에 알린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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