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이 아이 두번 죽여” 청담 스쿨존 참변 父 울분…檢, 징역 20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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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2일 1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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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하다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4부(재판장 최경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9)의 4차 공판 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음주 교통사고를 냈음에도 현장을 이탈하고 적극적인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유사 사안에 대해 법원이 중형을 선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0년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서 피해 아동의 아버지가 재판에 직접 출석해 A 씨의 엄벌을 호소했다.

피해 아동 아버지 B 씨는 “사고 이후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아득한 심연에서 막막한 심경”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아빠’하고 외치며 들어올 것 같아 아이의 유품을 어느 하나도 치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 이후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방치하고 떠나는 모습, 법정에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우리를 너무나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며 “단차가 거의 없는 빗물 배수로인 줄 알았다는 가해자의 변명은 저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보호구역 사망사고가 중한 범죄임을 판시해 다시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을 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배수로를 넘어간 것으로 알았다며 ‘사고 후 도주’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 최후 진술을 통해 “정말 죄송하다”며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매일 생각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를 넘어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 씨는 사고 후에도 주행을 멈추지 않고 현장에서 약 30m 떨어진 자택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머리 등을 크게 다친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검찰은 A 씨가 아이를 충격한 순간 차량이 흔들렸고, 사이드미러 등을 통해 사고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멈추지 않고 차량을 몰아 아이가 쓰러진 채 방치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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