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품 만들고 탄소 먹는 숲 조성… ‘지구 살리는 경영’ 펼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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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눔]환경 경영활동에 집중하는 기업들
애프터레인 스마트 나무 농장 구축… 스페이스 선 ‘물 없는 화장실’ 개발
SK임업 맹그로브 생태계 복원… 이브자리 한강변 탄소상쇄 숲 조성

매년 4월 22일은 ‘세계 지구의 날’이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 원유 유출 사고 이후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이듬해(1970년) 제정됐다. 올해 53번째 세계 지구의 날을 맞아 평소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경영 활동에 집중하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 “환경 위한 제품으로 지구 지켜요”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나무에도 새로운 병해충이 많이 늘었습니다. 나무를 기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박중현 애프터레인 대표는 20일 동아일보에 “애프터레인의 목표는 ‘건강한 나무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자동차 설계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박 대표는 2014년 첫째 아이가 원인 불명의 급성 혈관염인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으면서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눈을 떴다. 그는 “아이의 병에 대해 찾아보니 대기 오염이 발병 원인 중 하나라고 하더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라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7년 설립된 애프터레인은 인공지능(AI)으로 농민들이 묘목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시들링’을 선보였다. 최근 기후 변화로 묘목의 병해충 방제 시기가 매년 달라져 농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들링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제, 어떤 방제약을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농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박 대표는 “시들링이 제공한 정보로 지난해 1000만 주 이상의 묘목을 살렸다”며 “축구 경기장 4000개 이상 면적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말했다. 애프터레인은 최근 경기 이천시, 용인시, 양평군에 스마트 나무 농장을 구축해 직접 묘목을 기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약 1만 그루의 나무를 키우는 게 목표다.

스페이스 선이 개발한 ‘물 낭비를 막는 화장실’. 대소변을 톱밥이나 부엽토, 미생물을 활용해 처리한 뒤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스페이스 선
스페이스 선이 개발한 ‘물 낭비를 막는 화장실’. 대소변을 톱밥이나 부엽토, 미생물을 활용해 처리한 뒤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스페이스 선
2014년 설립된 사회적 기업 ‘스페이스 선’은 물 낭비를 막는 화장실을 개발했다. 엄수정 스페이스 선 대표는 우연히 접한 다큐멘터리에서 아프리카 소녀들이 물을 긷기 위해 7, 8시간 맨발로 산길을 걸어 무거운 물 양동이를 머리에 지고 집까지 돌아오는 모습을 봤다. 그는 “내가 물을 아껴 쓰면 물이 부족한 곳에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반 변기는 한 번 물을 내릴 때마다 10L의 물이 필요하지만, 스페이스 선이 만든 생태 화장실에는 물이 필요 없다. 대신 대소변을 따로 분리해 톱밥이나 부엽토, 미생물을 활용해 처리한다. 이렇게 처리된 대소변은 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아니라 퇴비로 활용된다. 생태 화장실은 도시 텃밭, 농사용 창고 등에 납품되고 있으며 펀딩을 통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도 설치됐다. 스페이스 선은 이 외에도 빗물 탱크, 친환경 고체비누, 수세미, 보습제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 ‘탄소 배출 줄이는 숲’ 만드는 기업들
SK임업이 보유한 충주 임지 전경. SK임업은 50년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산림을 조성했다. SK임업
SK임업이 보유한 충주 임지 전경. SK임업은 50년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산림을 조성했다. SK임업
1972년 설립된 국내 최초 산림 기업 ‘서해개발주식회사’에서 출발한 SK임업은 전 세계 차원의 산림녹화에 힘쓰고 있다. 50년간 SK임업이 국내에 조성한 산림 규모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15배에 달하는 4500ha이다.

이 숲에 심은 나무만 400만 그루다. 이렇게 조성된 산림에서는 향후 30년간 매년 3만7000t의 탄소가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3만7000t은 매년 1만5000km를 주행하는 승용차 2만여 대가 배출하는 탄소량이다.

SK임업은 ‘산림은 글로벌 공공재로 관리돼야 한다’는 책임에 따라 ‘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REDD+)’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REDD+는 유엔기후협약이 운영하는 탄소 배출 저감 프로그램으로, 개발도상국의 산림 전용과 황폐화 방지를 통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절감하는 게 골자다. 이 사업을 통해 산림을 조성하고 관리하면 탄소 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다.

SK임업은 지난해부터 동티모르 정부와 맹그로브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대규모 조림(造林)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SK임업 관계자는 “개도국에서 지역 단위 사업을 진행하면 산림 파괴가 인근 지역으로 이전돼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준(準)국가 수준의 규모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준국가 수준은 국가 전체 혹은 시도 등 광역 행정 단위를 뜻한다.

이브자리는 2014년 서울시와 함께 한강공원 일대에 ‘탄소 상쇄 숲’을 조성했다. 이브자리 제공
이브자리는 2014년 서울시와 함께 한강공원 일대에 ‘탄소 상쇄 숲’을 조성했다. 이브자리 제공
침구기업 이브자리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탄소 흡수원 확대에 기여해 오고 있다. 2014년 서울시와 산림 탄소 상쇄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7.24ha에 달하는 ‘탄소 상쇄 숲’을 한강공원 일대에 조성했다. 경기 양평에도 23.1ha 규모의 숲이 조성돼 있다. 이브자리가 조성한 숲의 총 탄소 흡수량은 2049년까지 4980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브자리 관계자는 “사람에겐 이불을, 자연에는 숲을 덮어주는 기업으로 지속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친환경 제품#탄소 먹는 숲 조성#지구 살리는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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