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조서 유출’에… 검찰 “재판 영향력 행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4일 2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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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재판 조서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화면.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이 글을 삭제했다. 이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재판 조서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화면.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이 글을 삭제했다. 이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조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데 대해 검찰이 “기록 유출에 대해 엄중히 경고해달라“고 24일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 기록이 우리 쪽에서 나간 것 같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이날 열린 이 전 부지사의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에서 검찰 측 증인 신문 속기록이 유출돼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속기록이 제3자에게 공개되면 증인은 안심하고 증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생산과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엄모 씨가 1월 27일 법정에서 증언한 증인신문조서를 사진으로 첨부해 게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인들은 이 대표가 조서 하나하나 입수해서 볼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염두하고 증언할 가능성 충분히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상황이다. 향후 재판 소송 서류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재판부가 속기록 유출 경위에 대해 (피고인 측에서) 소명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들이 이 대표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인물들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 증인으로 나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분이고, 이재강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는 분”이라며 “공천 과정에 있어서 이 대표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인은 법정에서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데 제3자, 미래의 이익, 과거의 관계 등에 의해 재판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생겨 검찰로서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전 부지사 측에 사실관계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 변호를 맡고 있는 현근택 변호사에게 해당 조서를 줬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 서류는 관련 소송 준비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며 “이 법정에서 대북송금에 대해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해당 수사를 변호하는 현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기록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 (그 기록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지만 저희 쪽 기록일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다만 “(현 변호사에게) 기록을 제공한 적이 있지만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재판 속기록이 재판 외 용도로 사용된다면 검찰의 지적처럼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혹시나 다른 부적절한 경위로 유출된 상황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 속기록 외에도 증거 서류, 참고인 내부 자료 등 다른 재판 관련 서류들이 유출되지 않았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아일보는 현 변호사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게 ‘허위진술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증인으로 나온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이 검거됐을 무렵 재판에서 쪽지를 써서 줬다. 쪽지에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20년 전에 만났다고 말하라’는 등 진술을 지시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방 부회장은 “변호사에게 법원에 폐쇄회로(CC)TV가 있는지 물었고, (있다면) 쪽지를 전달하는 모습과 내용이 (CCTV에) 보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며 “조사받을 당시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재판을 받다 보니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해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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