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한라산 탐방예약제… 접속 오류-티켓 불법거래 등 불만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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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예약 시스템 툭하면 먹통
접속 안돼 ‘예약 부도’ 처리되거나 여행사나 단체가 티켓 싹쓸이도
관리소 “이용객-사고 감소 효과… 시스템 불안정 문제는 개선할 것”

탐방객들이 탐방 예약을 거쳐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올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를 시행하고 난 뒤 예약 시스템 오류와 예약권 불법 거래 등 문제가 생겨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탐방객들이 탐방 예약을 거쳐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올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를 시행하고 난 뒤 예약 시스템 오류와 예약권 불법 거래 등 문제가 생겨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산행 계획을 세우고 탐방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만 뜨네요. 매번 반복되는 상황인데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요.”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 자주 오르는 양모 씨(53·제주 제주시 노형동)는 6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매달 1일마다 분통을 터뜨린다”고 하소연했다. 양 씨는 “3월 산행 예약이 2월 1일부터 가능한데, 이날 컴퓨터 앞에 앉아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먹통이 되는 바람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탐방 예약 불편사항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김모 씨(63)는 “한라산 정상 탐방 예약을 하고 산행을 다녀왔는데도 QR코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바람에 ‘예약 부도’로 처리됐다”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수정을 요청했지만 곧바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조차 시스템에 접속이 되지 않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예약 취소 절차 없이 탐방을 하지 않으면 1회는 3개월, 2회는 1년 동안 예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탐방객들은 김 씨처럼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한라산 탐방예약제는 시범 운영을 거쳐 2021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한라산 백록담 정상을 갈 수 있는 코스의 하루 예약 인원을 성판악 탐방로 1000명, 관음사 탐방로 500명으로 각각 정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탐방객들은 한라산 자연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시스템 오류, 탐방예약권 불법 거래 등에 대해서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은 예약 부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대별 예약을 보강하고, 예약 시간이 지나면 자동 취소를 한 뒤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QR코드 무인발급기를 설치해 비대면 출입 인증도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본인 인증을 하지 않는 허점을 노려 탐방이 가능한 QR코드를 1인당 1만∼5만 원에 거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라산 탐방 안내를 하는 여행사 등에서 조직적으로 탐방예약권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지난해 특정인이 10명의 단체 명단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예약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1인당 최대 예약 인원을 4명으로, 탐방 횟수를 주 1회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제주도민을 향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등산동호회원인 김모 씨(49)는 “탐방로 입구에서 신분증 확인을 하거나, 예약권을 매매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있으면 입산이 자유로워야 한다”며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자산인 한라산 접근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하루 탐방 인원 가운데 ‘도민 할당’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탐방예약제를 시행한 이후 산악 안전사고가 줄고 도로변 불법 주차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며 “접속 과부하로 인한 예약 시스템 불안정 문제는 이달 중 서버 이관 작업 등을 통해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라산 탐방객은 2014년 125만1562명에 달하는 등 매년 100만 명 내외 수준을 보이다가 탐방예약제를 시행한 2021년에는 65만2706명, 지난해는 85만744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5개 코스 탐방객 가운데 백록담 정상 탐방이 가능한 성판악·관음사 탐방로 이용객은 38만5483명으로 전체의 45.3%로 나타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탐방예약제#접속 오류#티켓 불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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