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1차 면접에 등산 포함”…‘연봉5천’ 서류합격자, 입사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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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10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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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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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확산된 비대면 면접 문화가 자리 잡은 가운데 한 제조업 기업에서 등산 면접을 실시해 관심이 쏠린다.

10일 누리꾼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중견기업 서류 붙었는데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그는 “면접 경험하러 가볼까 했는데 등산면접이어서 바로 취소했다. 면접이 7시간 걸린다”며 세부 일정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9시부터 1차 면접 입실이 시작돼 채용설명회가 진행된다. 이어 조별 아이스브레이킹 및 토론 주제 선정 후 점심을 먹은 뒤 등산 면접이 시작된다. 장소는 수원 광교산이다.

2시간40분간의 등산 면접이 끝나면, 조별 토론 면접과 후속 절차가 진행된다. 약 7시간 끝에 1차 면접이 종료된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채용 시스템은 회사 마음이다. 본인이 꼭 입사하고 싶으면 참여하면 된다”, “어차피 서류에서 스펙은 다 걸렀을 테니 말 잘 듣는 애들만 뽑을 생각인 건가”, “저걸 무슨 1차 면접에 다 하냐. 시대 퇴행적”, “면접 일정만 봐도 회사 분위기가 보인다”, “등산 다 하고 떨어뜨리면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회사가 원하는 인재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경직된 분위기 면접만 봤는데 재밌을 것 같다”, “지원자나 회사나 서로 알아서 거를 수 있는 기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이 어디인지 추측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이 기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업력 52년 차”라며 “직원 350명에 평균 연봉이 5500만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채용사이트 ‘잡코리아’ 갈무리)
(채용사이트 ‘잡코리아’ 갈무리)
해당 기업이 실시한 등산 면접 후기도 갈무리돼 올라왔다. 2014년 하반기 채용 공고에 지원해 등산 면접을 봤다고 밝힌 A씨는 “점심시간 이후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갖고 광교산으로 등산을 시작하는데 등산 시간은 왕복 2시간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별로 중간 직급의 직원분이 담당 교관으로 배정돼 교관 1명이 동행하고 등산하면서 단어, 숫자, 사자성어 등 5개의 키워드를 획득하면 된다”며 “등산을 마치면 강당에 모여 조별로 키워드를 조합해 준비한 발표를 하고 질의응답, 개인별 질문을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면접 본 느낌으로는 협력적이고 조직에 융화가 잘 되는 사람을 선호하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또 다른 지원자 B씨는 “면접은 등산으로 시작해 산에서 키워드를 획득한 뒤 조별로 발표한다”며 “면접 분위기는 대체로 좋고 직무 강점보다는 인성에 대해 강조해서 인재를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적었다.

해당 기업은 등산 면접에 대해 뉴스1과의 통화에서 “2013년 상반기 공채부터 시작한 면접 형태로, 2019년 하반기에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췄다가 2023년 상반기부터 다시 재개했다”고 밝혔다.

기업 관계자는 “인성 면접을 등산 면접 형태로 보는 것이다. 보통 대면 면접의 경우 15~20분 진행하는데, 이 시간만으로는 인성 평가를 하기 쉽지 않다”며 “이에 지원자들에게 여러 가지 상황과 미션을 주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지원자들의 인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또 누리꾼들이 ‘주말에도 등산시키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하자, 관계자는 “전혀 그런 거 없다. 면접 때만 활용하는 방식이고, 주말이나 근무 외 시간에 등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점심을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진행하는 것은 면접 진행 장소로 이 대학 4층을 대여했기 때문”이라며 “동선이나 시간을 생각해서 효율적으로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 관계자는 “등산 면접 전에 회사를 소개하는 건 우리 기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보니까 지원자들에게 회사나 직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며 “회사 소개, 점심시간 등을 생각하면 실제 면접 시간은 3~4시간 정도”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면접비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최소 3만원에서 최대 1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등산 면접은 능력보다 인성을 평가하는 거다. 매번 해왔던 것이고, 인성 평가이므로 등산 면접 후 진행하는 토론에서도 내용이 어렵고 심오하지 않다. 발표를 잘하고 전문지식을 많이 가졌는지 보는 게 아니라 태도나 인성을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면접 전형에 ‘등산’이 포함되는 건 이 기업만이 아니다. ‘해태제과’는 2005년부터 등산 면접을 실시해왔다. 면접관과 지원자들이 함께 등산하는 과정에서 종합적인 인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며, 코로나19 이후에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국내 이불업체 ‘이브자리’ 역시 2차 면접에서 산행 면접과 체력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블랙야크’도 2차 전형에서 산행 면접을 실시해 지원자를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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