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갈등 해결사 될까?…Q&A로 풀어본 ‘사후확인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일 12시 26분


코멘트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4일(내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공사 등 사업자가 사전에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인정받은 구조대로 아파트를 짓는 방식과 함께 공사가 끝난 뒤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한 검사기관의 성능검사를 받아 인정을 받아야만 아파트 입주가 허용되는 방식이 추가된다.

만약 바닥충격음 성능이 사후검사에서 미달 판정을 받으면 보수보강 공사를 하거나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해야만 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층간소음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능 평가가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시공사에 시정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한계가 있다며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달 10일 전후로 발표할 예정인 ‘주택 250만호+α 공급계획’에 보강된 층간소음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관련 법령과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관련 주요내용들을 Q&A로 정리해본다.

● 층간소음 성능평가, 4일(내일)부터 사후확인제로 전환

Q. 왜 바꾸나?

A. 2005년부터 지금까지 시행돼온 ‘층간소음 사전인정제도’에 허점이 들어났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건설사가 공사를 시작하기 이전에 자신들이 준비한 층간소음 차단성능에 대해 공인된 기관의 인정을 받고, 그 기준에 맞게 아파트를 시공하도록 한 제도이다.

그런데 사전인정제도가 아파트 구조나 바닥두께 등 층간소음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 가운데 바닥자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종합적인 성능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시험체로 성능평가를 받는 형태라 실제시공 품질과 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이어졌다. 2019년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 상당수 업체가 사전에 신청한 구조설계 도면보다 마감 모르타르를 더 두껍게 바른 시험체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전인정제도로 검증받은 아파트 191채에 대한 바닥충격음 측정 결과 184채(96%)가 인정등급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또 114채(60%)는 성능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부업체는 성능 등급을 올리기 위해 도면보다 샘플의 마감 모르타르를 5~10mm 정도 더 바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국토부는 이듬해인 2020년 6월 층간소음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하겠다며 바닥충격음 사후확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을 거쳐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 전체 아파트의 2~5%를 무작위로 추출해 성능 평가

Q. 어떤 게 달라지나?

A. 핵심적인 변화는 시공 전, 실험체에 대한 조사와 함께 시공이 끝난 후 실제 아파트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성능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다는 것이다.

Q. 성능평가 기준이 강화됐다는데…

A. 그렇다. 일단 딱딱하고 가벼운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경량충격음’은 58dB(데시벨)에서 49dB로 낮아진다. 의자 끄는 소리, 장난감 등 물건이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무겁고 힘이 더해진 충격음에 해당하는 ‘중량충격음’도 50dB에서 49dB로 하향 조정된다. 아이들의 쿵쿵 뛰는 소리나 망치질 소리 등을 연상하면 된다.

Q. 조사방식도 달라진다는데…

A. 그렇다. 중량충격음을 측정할 때 현재는 타이어가 달린 측정기(‘뱅머신’)를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실생활소음과 유사한 소리를 내는 배구공 크기의 고무공(‘임팩트볼’)을 이용한다. 이 고무공을 100cm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어린아이가 달리는 수준의 소음을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경량충격음은 현재와 동일하게, 태핑머신을 이용해 바닥 중앙점을 포함해 4곳 이상을 두드려서 측정한다.

Q. 조사 대상은 어떻게 선정되나?

A. 30채 이상의 아파트 가운데 평면 유형과 면적 등을 고려하고, 객관성과 신뢰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무작위 방식으로 추출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2020년 6월 당시 정부 계획에는 층간소음 평가가 가능한 전문기관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제도 시행 초기에는 전체 아파트의 2% 정도만 조사하되, 점차 대상을 늘려 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층간소음 발생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은 원룸 등이나 층간소음 차단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인정되는 라멘구조(기둥 보 등으로 건물의 하중을 버티게 만든 구조)로 만든 아파트 등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 2~3년 뒤부터 입주 아파트부터 선보일 듯


Q. 사후평가에서 성능인정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A. 건설사는 사후평가 결과를 첨부해 관할지역 지자체장에게 사용승인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성능검사기준에 미달한 경우 지자체장은 10일 이내에 보완조치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즉 보완시공이나 손해배상 등과 관련한 계획서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건설사는 시정조치계획에 따라 추진된 조치 결과를 지자체장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권고 수준에 머문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건설사가 시간과 비용이 많이 걸릴 보완시공 대신 배상에 치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단체 등이 성능평가기준에 맞지 않은 주택을 시공한 건설사 등 사업주체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기준 만족 보완 시까지 준공검사 연기, 손해배상 등과 같은 처벌을 내릴 수 있게 시행령 등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Q. 사후확인제가 적용된 아파트는 언제부터 입주하나?

A. 4일 이후 사업승인을 받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대상이다. 따라서 실제로 사후확인제를 적용해 입주하는 아파트는 2,3년 뒤에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Q. 층간소음 완화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는데….

A. 가능성이 높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최근 스타트업·청년과 가진 간담회에서 “층간소음은 건설사가 해결해야 한다”며 “(층간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닥 두께를 두껍게 하면 그만큼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아파트의 경우 바닥 슬래브 두께를 현재 기준(210㎜ 이상)보다 두껍게 하면 용적률을 5%가량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바닥 슬래브 두께를 210㎜에서 300㎜로 늘리면 층간소음은 50㏈에서 47㏈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Q. 기존 아파트에 대한 대책은 없나?

A.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다만 원 장관이 “기존 아파트는 매트를 까는 등 소음을 줄이기 위해 별도로 품을 들여야 하는데 약 300만~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안다”며 “기금을 조성해 가구당 300만 원 정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