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배제, 단체장 패싱, 내정설까지… 대구-경북 지방선거 공천 파열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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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공천이 곧 당선” 내홍 심화… 尹당선인 포항 방문 행사도 시끌
특정인 내정 의혹에 불공정 논란… 시민단체 “심사 과정 공개해야”

14일 경북 포항시의회에서 제293회 임시회가 열리고 있다. 무소속 김성조 시의원은 이날 신상 발언에서 “(시정 현안이 여럿 있는 상황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패싱’(건너뜀)은 최대 현안들을 망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항시의회 제공
14일 경북 포항시의회에서 제293회 임시회가 열리고 있다. 무소속 김성조 시의원은 이날 신상 발언에서 “(시정 현안이 여럿 있는 상황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패싱’(건너뜀)은 최대 현안들을 망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항시의회 제공
대구 경북 곳곳에서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과 관련해 현직 단체장 배제, 특정 후보 내정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 정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원 반발로 인한 내홍은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의회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역 방문 당시 이강덕 포항시장이 공식 행사 자리에 없었던 상황을 놓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전체 의원 간담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고성까지 오갔다고 한다.

무소속 김성조 포항시의원은 포항시장의 당선인 행사 배제와 관련해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하려고 나섰다가 국민의힘 소속 일부 시의원들이 반대하며 막아선 탓에 하지 못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11일 지역 순회 일정으로 포항시 북구 여남동 스카이웨이를 찾았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이곳에 동해안 횡단대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당일 윤 당선인에게 현안 브리핑이 이뤄졌지만 포항시민의 대표인 이 시장은 현장에 없었다. 윤 당선인이 포항의 한 횟집에서 당일 저녁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현직 단체장을 ‘패싱’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익명을 요구한 포항시 한 간부는 “지역 숙원인 동해안 횡단대교를 설명하는 자리여서 이 시장이 반드시 참석하고자 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참석이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이 시장이 정치적 견제를 받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에 등록한 이 시장은 “정당의 공천은 사천(私薦)이 아니라 깨끗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괜히 여러 잡음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의 뜻을 읽는 정직한 공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에서는 기초 및 광역 의원 선거 공천도 특정인 내정 의혹이 제기되며 일부 당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국민의힘 기초단체장 공천과 관련해 여론조사 결과 해당 지역구에서 지지율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대비 70%가 안 되면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컷오프’ 적용 방침이 나오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방침을 두고 이번에 3선에 출마하는 단체장들을 겨냥한 허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구청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껄끄러운 현역 단체장을 배제하려고 해당 조건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달성군에서는 ‘지역 국회의원이 특정 예비후보를 민다’는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급기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해당 국회의원이 수년 전부터 의정보고회 등의 자리에서 특정인을 달성군수감으로 소개했다. 이는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소속 정당 당규를 위반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의 압도적인 영향력, 지방선거 공천 관행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행위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구경실련은 국민의힘 대구시당에 달성군수 후보자 공천 관련 논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대구경실련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심사의 투명성, 공정성 제고를 위해 공천 심사 과정과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6·1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에 서재헌 전 대구 동갑 지역위원장을 단수 공천했다. 같은 당 소속으로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고 ‘시민 후보’를 표방하며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현직 배제#단체장 패싱#내정설#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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