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중무장한 의료진도 감염 속출…요양병원 의료공백 어쩌나

  • 뉴스1

광주 북구 한 요양병원 정문 앞에서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2021.12.22/뉴스1
광주 북구 한 요양병원 정문 앞에서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2021.12.22/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세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령층 환자가 몰린 요양병원에 비상이 걸렸다. 병원마다 의료진이 확진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의료공백’에 대한 걱정으로 살얼음판 분위기다.

23일 부산시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한주 동안 요양병원 7곳에서 신규 집단감염이 발생해 의료진 및 환자 등 확진자 300명 이상이 나왔다.

지난 1월말을 기점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 환자들 간 감염 고리를 끊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원의 치료 역량이 한계점에 다다르자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이송되는 중증환자들도 늘고 있다.

확진된 고령자와 비확진 고령자의 병실을 분리해 관리하고 있지만 강한 전파력 때문에 추가 감염을 막는데 역부족이다.

의료진들은 방역복, 페이스실드 등을 중무장한 채 환자를 관리하지만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탓에 감염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 업무를 일반인이 대체할 수 없다 보니 인력 충원에도 어려움이 뒤따른다.

기존 의료 인력이 충분히 치료받지 못한 채 근무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 외에는 마땅한 대책도 없다.

사하구 A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 의료진은 확진되면 4일만 격리 조치를 받고 있다”며 “일반 확진자들과 같이 7일간 격리하면 근무 체계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재고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요양병원들마다 제때 팍스로비드를 구하지 못해 보건소에 재고 문의를 하고 있지만 약을 확보했다는 답변은 듣지 못하고 있다.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스텔스 오미크론(BA.2)도 골칫거리다. 질병청 집계에 따르면 3월 3주 기준 경남권(부산·울산·경남) 스텔스 오미크론 검출률은 51%로 전국 평균(41.4%)보다 10%가량 높다.

스텔스 오미크론은 기존 오미크론 변이(BA.1)보다 전파력이 30%가량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요양병원 집단감염의 위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구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가족들 면회도 끊기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며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환자는 환자대로 지쳐 감염병을 이겨낼 여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요양병원과 달리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는 요양원의 피해는 더 크다.

금정구 B노인요양원에서는 노인들 중 60%가량이 확진됐다. 의료 장비가 마땅치 않아 지금도 하루에 3~4명씩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요양원 관계자는 “이달 들어선 보건소에서 동일 집단 격리(코호트) 조치를 허가해주지 않아 방역물품 지원이 끊긴 상태”라며 “시설에서 자비로 방역물품을 충당하고 있다. 아직도 확진자들이 속출하는데 어쩌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하루 업무의 절반가량이 보호자들 전화 응대다. 시설 관리가 부실해서 확진자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잇따른다”면서도 “직원들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오미크론을 어떻게 피해내겠나”라고 토로했다.

부산은 지난 16일 신규 확진자 4만명대를 기록한 후 닷새간 소폭 감소한 1만~2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스텔스 오미크론 여파 등으로 인해 유행 정점 시점은 아직 불분명하다.

이소라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장은 “이번주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의 정점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