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인력난에 큰 시름…“외국인들 웃돈 준다는 데로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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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16일 0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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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12.14/뉴스1 © News1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12.14/뉴스1 © News1
“예전에는 한 6개월 기다리면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받았는데, 이제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그마저도 ‘사장님 여기 돈 조금…’이란 말을 하곤 떠나버려 눈앞이 캄캄합니다.”

4월 농번기와 성어기를 앞두고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지면서 농민과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됨에 따라 웃돈을 얹어줘도 제때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툭하면 일을 그만두고 떠나기 때문이다.

방울토마토 주산지인 충남 부여지역은 어느 때보다 일손이 필요한 시기에 맞닥뜨렸다.

부여는 세도면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방울토마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530여 농가가 311ha 면적에서 연간 방울토마토 2만여 톤을 출하한다. 따라서 연중 일손이 가장 부족한 시기가 요즘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노동자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가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게다가 인건비 문제로 농장을 떠나기 일쑤여서 인력 부족현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민들간 품앗이로 서로 일손을 거들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농촌이 고령화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 4명을 고용 중인 농업법인 대표 최모 씨(부여군)는 “현재 토마토 수확도 해야 하고 줄기가 뻗는 만큼 유인도 해줘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며 “농장에 일찍 나와 직원들보다 더 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하면 밤중에 갑자기 사라진다. 갑을이 바뀌었다”라며 “여러 경비 지출을 해 어렵게 구한 직원은 농장과 3년 계약이 된 상태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떠난다”고 덧붙였다.

충남 도내 홍성과 예산지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홍성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박모씨(52)는 “농사는 다 때가 있기 때문에 인력 수요가 한꺼번에 겹친다”며 “올해는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는데 얼마나 웃돈이 오갈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예산에서 30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노모씨(67)는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과수원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한숨부터 나온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 인력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낙지가 잡히기 시작한 보령 앞바다의 상황도 농촌만큼이나 인력난이 심각하기는 마찮가지다.

대천항에는 통발·자망·안강망 등 어선 600여 대가 어업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선 선장을 제외한 최소 1명 이상을 고용해야 하는데, 농촌과 마찬가지로 인력 수급이 어려운 형편이다.

통발 어업을 하는 이모씨(63)는 “인력난이 심해 불법체류자도 고용하고 웃돈을 줘가며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고 있는 엉망진창인 상황”이라며 “수협에서 공급하는 외국인은 그나마 뱃일 경험이 있어 덜한데, 고용노동부(보령지청)가 공급하는 외국인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강망 어업을 하는 김모씨(60)는 “고용노동부(보령지청)는 외국인들을 죽 실어와 내려놓고 가면 그만”이라며 “관리가 전혀 안된다. 하루 일하고 도망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농·어촌의 인력난이 갈수록 악화됨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령지청 관계자는 “민감한 문제다. 노동자와 고용주 간 입장의 차이 때문”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3년 동안 세 번 이직이 가능해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탓에 지난 2년간 입국한 외국인이 대폭 줄어들어 전국적으로 일손 부족 현상이 이어진다”며 “고용주가 다른 데서 일하는 외국인에게 웃돈을 더 주고 데려가면서 발생하는 수요와 공급 문제”라고 밝혔다.

(충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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