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병상 못찾아 응급실서 330시간 대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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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급속 확산]
전공의협 “현장은 거의 아수라장”
“병원 40곳에 요청해도 병상 없어
정부, 아직 병상 여유있다고 호도”

40대 여성 A 씨는 지난달 말 한 병원 응급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응급실 내 음압격리병상에서 산소공급을 받으며 코로나19 치료 병상 배정을 기다렸다. 하지만 13일이 넘는 330시간 동안 병상이 나오지 않아 내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증상이 호전된 A 씨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고혈압과 당뇨가 있던 60대 남성 B 씨는 최근 일가족 3명이 모두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재택치료 중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아내가 보건소에 알렸으나 병상 배정이 지연됐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경기 지역에서는 심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인 코로나19 재택치료자가 병원 40곳에 병상을 요청하고도 병상을 찾지 못한 경우도 나왔다. 41번째 요청에서야 겨우 병상을 찾았다.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밝힌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부족 상황이다. 대전협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치료 현장은 언론에 노출된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며 거의 아수라장”이라며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나 그 어떠한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한솔 대전협 회장은 “서울과 경기도는 중환자 병상이 이미 한 자리도 남아 있지 않다”며 “정부가 아직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일 오후 5시 기준 78.8%다. 의료계에서는 ‘병상 가동률 80%’면 사실상 남은 병상이 없는 포화 상태로 본다.

현장의 의사들은 현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보고 있다. 박한나 대전협 수련이사는 “최근 응급실로 실려 오는 심정지 환자 10명 중 1, 2명은 코로나19 확진자”라며 “지금 응급실은 생지옥”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코로나19#병상 배정#330시간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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