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극단 선택에 병원 측 “‘태움’이면 직장 옮기면 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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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3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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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간호사가 근무했던 대학병원 소속 관계자가 보내온 문자. YTN 방송화면 갈무리
숨진 간호사가 근무했던 대학병원 소속 관계자가 보내온 문자. YTN 방송화면 갈무리
경기 의정부시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병원 측의 해명이 논란을 키웠다.

23일 YTN은 숨진 간호사 A 씨(23)가 근무하던 모 대학병원의 관계자가 보내온 문자를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간호사는 이직률이 높다. 언제든 사직 후 다른 병원에 취직할 수 있다”면서 “만에 하나 태움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사직하고 직장을 옮기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극단적 선택의 배경이 태움인 듯 보도된다면 결국 태움 행위를 한 선배를 후배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원인으로 결론짓는 거나 다름없다”며 “확실한 증거 없이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길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태움을 근절할 생각은 안 하고 변명하기 바쁘다” “간호사가 갈 데가 많아서 이직하는 줄 아나” “문제가 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일자 병원 측은 뒤늦게 해당 발언은 개인 의견이었을 뿐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전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유족에게도 A 씨가 남자친구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숨질 당시 영상통화를 하던 남자친구가 A 씨를 자극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A 씨의 동료들은 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인증평가를 목전에 둔 상황이라 이번 사건을 간호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입사 9개월여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23세 간호사의 빈소가 경기 의정부시의 한 대학병원에 마련된 모습. 뉴스1
입사 9개월여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23세 간호사의 빈소가 경기 의정부시의 한 대학병원에 마련된 모습. 뉴스1

유족은 이날 A 씨를 괴롭히거나 과다한 업무를 떠넘긴 병동 간호부서 등 병원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앞서 병원 측도 내부 진상규명위원회 결정에 따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 고발장을 접수한 의정부경찰서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강력팀에 이번 사건을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올해 3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해당 병원에 취직한 A 씨는 지난 16일 오후 1시경 기숙사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아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은 ‘직장 내 괴롭힘’과 함께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 씨가 지인과 나눈 메신저에 선배 간호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파트장에게 사직을 청했으나 거절당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A 씨가 사망에 이르기 전까지 동료들과 나눴던 대화 등을 분석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포렌식 분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태움과 업무 과중 등에 대해 전방위적 조사를 할 방침”이라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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