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한마디 없이…” 전두환 사망에 광주시민들 ‘씁쓸’ ‘착잡’

  • 뉴스1
  • 입력 2021년 11월 23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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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에 출석하기 위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1.8.9/뉴스1 © News1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에 출석하기 위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1.8.9/뉴스1 © News1
대한민국 역사 한편에 5·18민주화운동의 학살자로 기록될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90세.

사죄할 기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전씨의 사망 소식에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씁쓸함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두환씨가 교도소에 수감돼 추운 겨울, 독방이 아니라 집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고 밝혔다.

그는 “전씨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했을뿐만 아니라 5·18민주화운동을 능욕했던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며 “그를 단죄하지 못했던 법과 정치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두환과 노태우, 신군부 학살자 2명은 결국 처벌받지 않았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이 더디게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고 씁쓸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박재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찬탈하고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의 죽음에 명복을 빌수가 없다”며 “끝내 사죄 한마디 하지 않고 죽은 자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역사적 단죄를 묻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이런 자의 죽음에 국가장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올바른 역사 세우기를 위해서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목소리 높였다.

광주시민들은 광주에 한마디 사과도 없이 숨진 전씨를 성토했다.

대학생 이지현씨(23·여)는 “벌을 받아야 마땅한 전두환, 노태우 2명이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사과없이 죽었다”며 “유가족과 오월단체 관계자들은 얼마나 분노할 지 상상조차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이순자 여사가 나서서 사죄와 함께 5·18민주화운동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역사동아리를 하는 또 다른 대학생 정지홍씨(27)는 “전두환이 사망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최근 들어서야 5·18 진상규명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전씨의 사망으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윤석열 후보가 국립5·18민주묘지에 방문했을 때 눈물을 흘리던 오월 어머니들을 봤다”며 “피해자의 아픔은 여전한데, 가해자와 이들의 사과는 없다는 사실이 한탄스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선모씨(30)는 “끝내 사과없이 사망한 전두환은 못난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오히려 전두환씨의 사망으로 헬기사격과 5·18 학살 관련 관계자들의 양심고백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고 말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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