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식량 연간 130억t 육박… 25%만 활용해도 기아 줄어들 것”

이지운 기자 입력 2021-10-28 03:00수정 2021-10-2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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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눔]‘아시아 푸드뱅크 콘퍼런스’ 개최
기아 문제는 불평등한 분배서 발생… 생산보다 유통과정서 혁신 필요
기부활동은 단순히 베푸는 것 아닌, 파트너 관계로 인식해야 지속 가능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26일 열린 2021 아시아 푸드뱅크 콘퍼런스에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국푸드뱅크 대표·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 푸드뱅크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해 개최됐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3억7000만 명. 전 세계에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의 수다. 이 중 최소 7억2000만 명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5세 이하 어린이 5명 중 1명은 영양 부족으로 인한 발육 부진 상태다.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 수치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푸드뱅크는 생산, 유통 과정에서 남은 먹거리를 소외 계층에 전달하는 비영리단체다. 1967년 미국에서 시작해 현재 44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1998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 푸드뱅크가 설립됐다. 코로나 시대 푸드뱅크의 역할을 주제로 한 ‘2021 아시아 푸드뱅크 콘퍼런스’가 26,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열렸다. 각국 푸드뱅크 운영자 및 이해관계자 20여 명이 온라인을 통해 한자리에 모였다.

○버려지는 음식, 1년에 130억 t

“코로나19는 기아와 빈곤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더욱 무력화했으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빈곤과 기아로 몰아넣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21 식량 불안과 영양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실업률은 급증하고, 전 세계 공급망이 붕괴해 식품 가격은 치솟고 있다. FAO는 2030년까지 3000만 명이 추가로 기아를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사 문 글로벌푸드뱅킹네트워크 회장은 26일 기조강연에서 “문제는 생산이 아닌 유통 체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에도 식품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분배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해 기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푸드뱅킹네트워크에 따르면 인류는 한 해 필요한 것보다 30%나 많은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식품 130억 t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버려지는 양의 4분의 1만 제대로 활용해도 8억7000만 명에게 음식을 나눠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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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식량은 환경오염이라는 또 다른 전 지구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한 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10%가 버려지는 음식 때문에 생긴다.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 폐기량을 줄이면 영양 결핍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2019년 한 해 전 세계에서 푸드뱅크 사업을 통해 줄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123억9000만 kg에 이른다.

○“수혜자-제공자 아닌 ‘동등한 파트너’”

푸드뱅크는 기업의 활발한 기부가 뒷받침돼야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부 활동이 ‘손해를 감수하며 베푸는 일’로 여겨진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콘퍼런스 참가자들은 푸드뱅크와 기업이 단순한 수혜자-제공자 차원이 아닌 동등한 사업 파트너 관계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재무적 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김범석 S&P 다우존스인다이시스 한국사무소 대표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기업의 ESG 경영 노력은 직접적인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며, 금융시장에서도 투자자를 이끄는 긍정적 신호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승태 한국생산성본부 사회가치혁신센터장은 “푸드뱅크가 기부에 따른 탄소배출 감축량 등을 명시적으로 공개한다면 ‘사업 파트너’로서 기업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콘퍼런스에선 베트남, 태국, 몽골, 말레이시아 등 각국 푸드뱅크 관계자들이 운영 현황을 공유했다. 전국푸드뱅크 대표를 맡고 있는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지난해 한국 푸드뱅크의 기부 물품은 21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몽골, 베트남 등 후발 아시아 국가들에 한국형 푸드뱅크 모델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푸드뱅크#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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