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일 생신인데…” 음주 뺑소니에 어머니 잃은 아들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7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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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어머니 생신이셔서 아들 세 명이랑 손주들이 점심, 저녁으로 나눠서 함께 외식을 하려 했었는데….”

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최모 씨(62)는 슬픔을 눌러 담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최 씨는 이날 오전 12시 5분경 강남구 청담역 인근에서 발생한 음주 뺑소니 사고로 어머니 소모 씨(89)를 잃었다. 가해 차량은 소 씨를 들이받은 뒤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달아났다. 최 씨는 “가해자가 사고 직후에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면 나이에 비해 정정하셨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진 않았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가족모임을 위해 8일 다같이 모이려던 최 씨의 가족들은 뜻하지 않게 장례식장에서 모여야 하는 비극을 마주했다.

3남 중 둘 째 아들인 최 씨와 어머니 소 씨는 바로 옆 아파트 단지에 살며 자주 오갔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가 혼자 살게 되면서 자주 찾아뵀다”며 “어제도 밤늦게라도 잠시 들른다고 했었다. 어머니가 기다리다 답답해서 바람을 쐬러 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에 따르면 소 씨는 10시 반경 아파트 단지를 나와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버스 정류장 벤치에 한동안 앉아있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밤시간대에) 가로등이 있는 대로변 쪽이 아파트 단지 안 보다 덜 삭막하고 무섭다며 버스정류장 벤치 쪽에 앉아계시곤 했다”고 했다.

사고는 그로부터 약 1시간 반 지난 자정 무렵 발생했다. 술에 취한 이모 씨(40)가 자신의 승용차로 소 씨를 들이 받은 것.

경찰 등에 따르면 가해 차량 운전자인 이 씨는 청담역 인근의 도로에서 소 씨를 승용차로 들이 받은 후 그대로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직후 발견된 이 씨의 차량은 범퍼와 차량 앞뒤 창문이 모두 깨져있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사고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지 짐작 가는 부분이다. 최 씨는 “가해자가 어머니를 쳐서 원래 서 계셨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떨어져 있었는데도 뺑소니 차량이 그냥 지나갔고 신고는 그 길을 지나던 버스 기사가 했다”며 “가해자가 사고 직후에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면 어머니가 돌아가시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사고 발생 직후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자신의 주거지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4시간 만에 이 씨를 검거했다. 이 씨는 음주 전과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 당시 이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66%. 면허 정지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발생으로부터 이미 사고 발생으로부터 5~6시간이 지난 후인데도 불구하고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높아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이용해 마지막 음주 후 3시간 반이 지났을 때의 수치를 역추산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가해자가 음주 전략이 상당히 있다고 들었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박정훈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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