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가해자 상대 손배소 승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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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19일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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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가 가해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법원은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발생할 경우, 진단일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9일 김씨가 가해자인 테니스코치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는 김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앞으로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성폭행 피해 당시 원고의 나이, 원고와 피고의 관계, 원고가 2016년 피고와 마주친 후 급격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그 후 처음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됐다는 진단을 받은 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초등학생 때인 2001~2002년 당시 코치였던 A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어릴때는 보복이 두려워, 성인이 된 이후에는 법률전문가 등으로부터 목격자 등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고소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2016년 5월 주니어 테니스대회에서 우연히 A씨와 마주친 김씨는 피해 기억이 떠올라 큰 충격을 받아 3일간 기억을 잃고, 악몽과 두통, 수면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김씨는 2016년 6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A씨가 계속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증거를 모아 A씨를 형사고소하고,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재판의 쟁점은 김씨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여부였다.

민법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로부터 3년(단기소멸시효),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장기소멸시효)으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가 성범죄를 당한 경우 소멸시효는 성년이 될때까지는 진행되지 않는다.

1심에서 반박의견을 내지 않았던 A씨는 항소심에서 마지막 범행이 있었던 2002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났으므로, 김씨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는 A씨의 형사 유죄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했다고 보이므로, 손해배상채권의 단기 소멸시효 기산일은 1심 판결 선고일인 2017년 10월13일”이라며 단기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불법행위로 인한 김씨의 손해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김씨가 최초 진단을 받은 2016년 6월에 잠재하고 있던 손해가 현실화 됐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손해배상채권의 기산일이 된다”며 장기소멸시효도 지나지 않았다며 A씨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김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동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 등에 비춰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성범죄로 인한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항소, 상고가 기각돼 2018년 7월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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