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서 자가격리? 차라리 확진돼 병원 가는게…”

히어로콘텐츠팀 입력 2021-06-16 03:00수정 2021-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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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 : 아무도 울지 않은 코로나 고독사]
‘고독’이 모여사는 고시원
“한번 상상해 보세요. 어땠을 거 같아요? 지옥이 따로 없지.”

점잖고 예의바른 강정식(가명·79) 할아버지. 주위에 친절한 분이었지만 1월 1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그가 머물던 서울 동대문구 A고시원은 쑥대밭이 됐다.

“당신들이라면 어떻겠소. 기침만 해도 다 들리는 방에서 사람이 죽었어. 근데 코로나19래. 당장 집단감염까지 같이 퍼졌지. 꼼짝없이 모두 밀접접촉자야. 어쩌면 차라리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가는 게 더 나았을지 몰라. 자가 격리하라 해서 1평 남짓한 방에서 2주 동안 갇혀 있었어. 누군가는 죽어나갔고, 누구는 실려나간 곳에서. 잠인들 제대로 잤겠어.”

숨진 강 씨가 머물던 방은 4층 39호실. 이 고시원에선 12일까지 강 씨를 포함해 6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4층에서 지내던 사람은 모두 24명. 4명 중 1명꼴로 감염됐다. 다행인지 3층에서 생활하던 23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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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라도 고시원에 머물러 본 사람은 안다. 거긴 사람이 가득한 무인도다. 촘촘히 들어선 방마다 누군가는 살고 있다. 온갖 소리가 다 들려온다. 조용한 밤엔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묘하게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강 씨처럼 다가서도 금방 누군가를 사귀기 쉽지 않다.

동대문보건소에 따르면 A고시원의 첫 확진자는 강 씨가 아니다. 강 씨가 발견되기 전날인 10일 35호실 남성이 먼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소는 원장에게 즉각 확진자 발생을 알리고 11일부터 전수 검사를 진행했다. 옆방 34호 등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강 씨가 일찍 발견된 건 어쩌면 코로나19 전수 검사 때문인지도 모른다. 친하게 지냈다지만 고시원은 서로 행방을 묻지 않는다. 며칠씩 방을 비워도 그러려니 한다. 원장이 11일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면 그의 죽음은 언제 알려졌을지 모를 일이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팀이 찾아간 A고시원 4층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공동생활시설, 거주 공간, 계단 구역까지 포함해 총 154m²(약 46평) 크기. 하지만 각방은 1평 남짓, 복도는 성인 1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결정적으로 환기시설은 공동 주방과 화장실 외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4층에 거주하는 24명은 화장실과 주방, 세탁실을 다 함께 썼다. ‘금연 구역’이란 안내문이 붙었지만 모두가 담배를 피웠던 계단도 밀접 접촉 공간이었다. 강 씨가 숨지고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도, 고시원 계단에선 여전히 갈 때마다 마스크를 내린 채 흡연하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서울 지역의 다른 고시원에서 10명 이상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A고시원은 비교적 확진자가 적은 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젠가부터 고시원 집단감염은 별다른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동대문구는 강 씨가 숨진 1월에만 고시원 4곳에서 확진자가 34명이나 나왔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공용 공간을 사용하는 고시원 거주자들에겐 ‘집’ ‘안식처’여야 할 고시원이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되기 더 위험한 공간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A고시원의 집단감염 뒤 자가 격리에 들어간 이들은 모두 40여 명. 밥도 먹을 수 없는 좁은 방에서 2주를 혼자 버티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솔직히 다들 나갈 수밖에 없잖아요. 공용 주방, 화장실 오가면서 주민들과 접촉이 생길 수밖에 없죠. 또 생활용품 사러 편의점 가고, 바깥 식당에 가서 먹을 거 사오고 그랬어요. 감옥살이나 다름없는데 누가 2주를 버팁니까.”

방역당국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서울에 있는 한 보건소 관계자는 “고시원 등 주거취약계층 자가 격리 대상자는 24시간 감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시설관리인 등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것 외엔 대응 방법이 없다시피 하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 씨가 살았던 A고시원은 거주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다. 일정한 직업도 없어 일용직을 뛰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도 2주 동안 꼼짝없이 묶여 있는 바람에 돈 나올 구멍이 없었다.

한 거주자는 “격리가 끝난 뒤에도 한참 자리를 비운 탓에 일감 찾기가 더 어려워 꽤 애를 먹었다”며 “기초자치단체에서 자가 격리 대상에게 30만 원인가 지원금을 줬지만 고시원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건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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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 팀장 :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기사 취재:
이윤태 김윤이 이기욱 기자
▽사진 취재: 송은석 기자

▽그래픽·일러스트: 김충민 기자
▽편집: 한우신 기자
▽프로젝트 기획: 이샘물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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