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학생들 책도 못 산다해 3만원 냈는데…단체가 ‘꿀꺽’

  • 뉴스1
  • 입력 2021년 6월 7일 18시 30분


코멘트
부산경찰청 전경.(부산경찰청 제공)© 뉴스1
부산경찰청 전경.(부산경찰청 제공)© 뉴스1
경찰이 사회 취약계층을 후원하는 비영리단체 행세를 하면서 수만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를 잡고 주식회사 H사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상습사기와 기부금품모집금지법 등의 혐의로 H사를 수사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H사는 소외계층의 교육환경개선 등을 이유로 일촌맺기 캠페인을 벌여 회원을 모집하고 기부금을 받아 대부분 금액을 본점과 대리점이 나누어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H사가 아이들에게 기부금 전체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운영하는 교육원의 온라인 강의 수강권을 전달하는데 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전국에 걸쳐 수만명에 달하고 코로나19로 대면 조사가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사사실을 알리고 진술서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기부자들이 온라인 강의 구입 목적이 아닌 후원금을 목적으로 기부금을 낸 것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앞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은행 거래내역 등 자료를 확보해 피해자로 추정되는 명단과 추산 피해 금액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30대 A씨는 “새터민 학생들이 학습교재도 제대로 사지 못해서 학업에 어려움이 있다며 교재비 정도만 기부해달라고 해 3년 동안 매달 3만원씩 좋은 마음으로 기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원을 맺은 학생이 잘 공부를 하고 있다고 메일도 왔고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도 되니까 의심하지 않았다”며 “어느 순간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제가 생각한 내용보다 내용이 부실하고 미심쩍은 느낌이 들어서 후원을 끊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도 ‘뒷통수 맞은 기분이다’, ‘소외 계층에는 회원카드만 전달됐다니 속았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에 본점을 둔 H사는 후원금을 모집하는 비영리단체가 아닌 기부금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영리단체다.

H사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혐의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는 수차례 H사에게 연락을 취해 관련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부산·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