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건’ 한국도 뚫렸다… 해외서 부품 몰래 들여와 총기 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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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군인 포함 일당 7명 검거… 밀리터리 동호회 활동하며 범행
소총-권총 6정 등 만들어 판매, 1정 300만원… “호기심에 구입”
성능실험서 7mm 합판 7장 관통… 총기 번호 없어 추적 힘든 사제 총
美서 살인-테러 범죄에 자주 쓰여… 바이든, 총기규제 1호로 꼽아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압수한 총기. 경찰은 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매한 부품을 결합해 총기를 제조하거나 매매한 일당
 7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범죄 조직과 상관없는 인터넷 카페 동호회 회원이지만 실제 총기의 성능과 유사한 위력을 가진 총기를 
만들었다. 부산=뉴시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압수한 총기. 경찰은 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매한 부품을 결합해 총기를 제조하거나 매매한 일당 7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범죄 조직과 상관없는 인터넷 카페 동호회 회원이지만 실제 총기의 성능과 유사한 위력을 가진 총기를 만들었다. 부산=뉴시스
해외에서 총기 부품을 몰래 들여와 실제 총으로 만들어 사고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일 불법으로 총기를 제작·판매한 혐의(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로 40대 남성 A 씨를 구속했고 현역 군인 등 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A 씨와 군인 등 3명은 총기 제작, 2명은 제작·판매, 나머지 2명은 총기를 산 혐의를 받고 있다. 검거 당시 A 씨는 총기 3정과 실탄, 금속탐지기 등을 갖고 있어 추가 범행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구속됐다.

이들의 직업은 군인 외에 회사원, 웹툰 작가, 작곡가 등으로 범죄 조직과 관련된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현직 부사관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올 3월부터 군 경찰, 관세청과 합동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들은 군사, 서바이벌 게임 등과 관련된 인터넷 카페 동호회 여러 곳에서 활동하며 서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최근까지 총기 부품을 60여 차례에 걸쳐 몰래 국내에 들여왔다. 부품은 스프링, 플라스틱 등으로 세세하게 나눴고 자동차 부품이나 장난감 총의 부품이라고 거짓 신고해 수입통관 절차를 피했다.

첩보를 받아 추적하던 경찰은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급습해 권총 5정, 소총 1정, 모의 총기 26정, 실탄 등 불법 총기류 138점을 압수했다.

한 줄로 세워둔 맥주캔 4개를 산산조각 낸 사제 총의 파괴력. 부산경찰청 제공
한 줄로 세워둔 맥주캔 4개를 산산조각 낸 사제 총의 파괴력. 부산경찰청 제공
이들이 만든 총의 성능은 예상보다 위력적이었다. 일부 총은 1m 거리를 두고 격발했을 때 7mm 합판 7장을 뚫었고, 한 줄로 세워둔 맥주캔 4개를 산산조각 낼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다. 이렇게 제작된 총기 중 3정은 올해 초 1정당 300만 원 정도에 팔렸다. 붙잡힌 구매자 2명은 “평소 총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호신용으로 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등이 만든 총은 ‘유령총(고스트 건)’이라 불린다. 고스트 건은 부품을 따로 사서 만든 총기를 뜻하며 총의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총기 번호는 없다. 미국 정부는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서류와 면허 등 절차를 만들어 총기를 관리하는데, 사용자가 직접 총기 부품을 결합해 만드는 사제 총인 고스트 건의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7년 4월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재미교포 조승희가 자신을 포함해 33명을 죽이고, 29명을 다치게 했던 총기 살인 테러에도 고스트 건이 사용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고스트 건 적발을 총기 규제의 1호 목표로 지목했다.

일당은 불법 수입한 화약과 모형탄으로 공포탄을 제조해 사격 연습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실탄도 제조하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옛 미군부대 사격장을 돌아다니며 금속탐지기 등으로 분실된 실탄 7발을 수집했다. 경찰 관계자는 “총기 제작 유통 범죄는 대형 인명 피해나 테러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호기심으로 총기류 부품을 불법 수입하거나 제작 유통해도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발견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불법으로 총기를 제조·판매·소지할 경우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상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의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반면 불법 무기류 소지자를 신고하면 최고 5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이들이 통관한 물품 목록을 모두 파악해 밀반입한 총기 부품으로 제작한 불법 총기를 모두 압수했다. 또 통관 절차에서 걸러지지 않는 총기 부품 목록과 이들의 범행 수법 등 관련 정보를 관세청에 모두 제공하고, 유사 범행을 막기 위해 수입통관 절차 개선을 요청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고스트 건#총기 제작#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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