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희생자 전재수 군, 어린이날 41년만에 얼굴 찾았다

이형주 기자 입력 2021-05-05 14:38수정 2021-05-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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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운데 세 번째로 나이가 어린 고 전재수 군(당시 12세)이 41년 만에 얼굴을 되찾았다.

5·18민주화운동유족회는 어린이날인 5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2-22묘역에서 ‘고 전재수 열사 41주년 사진묘비 제막식 및 추모식’을 개최했다.

전재수 군의 형 재룡 씨(60)는 “동생 사진을 묘비에 새겨 향불을 키고 넋을 위로했다. 계엄군에 의해 피를 흘린 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재룡 씨는 사진이 없어 무궁화가 새겨진 묘비 대신 동생 얼굴 사진이 찍힌 묘비를 어루만지며 “재수야. 형이 이제 왔어”라며 눈물을 흘렸다.

여동생 영애 씨(49)도 절을 하며 오열했다. 영애 씨는 “재수 오빠와 웃으며 놀았던 기억이 있었지만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41년 만에 찾은 사진을 보니 기억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재수 군은 3남 2녀 형제 중 넷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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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군은 1980년 5월 24일 오후 1시 광주 남구 진월동 마을 동산에서 친구들과 놀다 참변을 당했다. 당시 11공수여단은 광주 외곽에 있다가 재 진압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송정리 비행장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때 계엄군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민들에게 사격을 했다. 효덕초등학교 4학년이던 재수 군은 총소리에 놀라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다 며칠 전 아버지가 생일선물로 준 고무신이 벗겨져 주우러 돌아섰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재수 군은 사진이 없어 묘비에 영정사진 대신 무궁화를 새겨 넣은 ‘얼굴 없는 희생자’로 남았다.

재룡 씨는 올 1월 부친의 기일을 맞아 사진 앨범을 정리했다. 그는 2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품을 보자기로 싸놓고 열어보지 않다가 아버지 사진을 찾기 위해 보자기를 풀어봤다고 한다.

그는 앨범 속 겹쳐진 사진들 가운데 재수 군이 아버지, 고모들과 함께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재수 군이 새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김영훈 5·18민주화운동유족회장은 “어린이날을 맞아 ‘5월의 막내’ 전재수 열사 영정사진을 찾아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재수 군의 모교인 효덕초등학교 학생들은 해마다 추모편지와 시를 쓰고 있는데 학교 측은 이날 그동안 모은 추모 글을 재수 군 묘에 가져다 놓기도 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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