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우선도로 생기니… “車들 경적 덜 울리고 속도 줄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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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정비 영등포역 먹자골목

보행자우선도로 시범사업을 통해 정비된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10길.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보행자우선도로 시범사업을 통해 정비된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10길.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보행자를 위협하며 경적을 크게 울리거나 빠르게 달리는 차량은 보기 힘들 겁니다.”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4길 들머리에서 최우혁 영등포구 교통개선팀장은 주위를 가리키며 자신했다. 이곳은 서울지하철 1호선과 경부선 영등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약 7m 폭의 이면도로. 길 건너에는 타임스퀘어가 있고 사무실이 밀집한 여의도도 멀지 않다. 직장인 등을 위한 먹자골목과 여행자를 위한 숙박업소가 오래전부터 조성돼 유동인구가 많다.

이 때문에 이 일대는 교통사고 위험이 고질적인 문제였다. 식당이나 술집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트럭이나 승용차가 보행자들과 뒤엉켜 시비까지 붙을 때도 적지 않았다. 별도의 속도 제한이 없는 데다 차로와 보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도로는 2019년 말 완전히 탈바꿈했다. 행정안전부의 보행자우선도로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덕분이다. 당시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려면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이 필수라고 본 행안부는 보행자우선도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영등포구는 예산 2억 원을 들여 380m 구간을 보행자우선도로로 조성했다. 바닥에는 일반 차로와 구분되게 눈에 띄는 다양한 색상의 패턴을 사선으로 입혔고 미끄럼 방지 기능도 적용했다. 운전자들이 이곳을 차로보다는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최 팀장은 “차량들이 통행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이고 보행자를 위협하는 일도 급감했다”며 “일부는 보행자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 지나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주변 상인들도 만족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균영 씨(74)는 “공사가 끝난 뒤 이 일대가 환해졌다”며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자 정부와 영등포구는 지난해 영중로10길 등 이 일대 주요 이면도로 1500m 구간에 추가로 보행자우선도로를 조성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보행자들이 마음 놓고 거닐 수 있는 환경 조성은 물론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84곳에 보행자우선도로를 조성했다. 이경환 공주대 교수 등이 2019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시의 보행자우선도로 사업 시행 뒤 해당 지역의 보행자 교통사고는 약 28.8% 줄어들었다.

정부는 보행자우선도로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도로교통법과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보행 양이 많고 교통사고 우려가 높은 곳을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하고 차량속도 제한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준비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보행자에게 우선적인 통행권을 줌으로써 운전자 중심의 교통문화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고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기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 박창규 사회부 기자 kyu@donga.com
▽ 변종국(산업1부) 신지환(경제부) 정순구(산업2부) 이윤태(사회부) 신아형(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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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우선도로#시범사업 정비#영등포역 먹자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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