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찾은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 ICJ 회부가 마지막 수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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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서울 중구 인권위를 방문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서울 중구 인권위를 방문했다. 뉴스1
“30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습니다. 이제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서 죄가 없다고 하는 이들(일본)의 죄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모두 밝혀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3)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할머니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았다. 최영애 위원장을 직접 만나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 제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채택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다.

추진위에 따르면 할머니는 최 위원장에게 “여러 방법을 찾아 봤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ICJ 회부 제안을 검토하고 지지해달라”고 최 위원장에게 호소했다. 또 “이제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권위가 위안부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성명서 발표도 관련 절차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할머니는 최 위원장을 만나기 전 기자들 앞에서 “미국, 일본, 한국에서도 재판을 받았고 이제는 할 거 다 했다.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ICJ에 가서 이 문제를 밝히려고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일본을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했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때)칼을 들고 와 마구 가져가고 뺏어갔다. 어린 여자아이었던 나를 끌고 갔다”며 “일본은 식민지 무법천지일 때 하던 행동을 지금도 그대로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한국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ICJ 제소는 국가만 할 수 있다. 할머니는 이달 초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일본 정부를 ICJ에 회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8일에는 최 위원장에게 공개 영상메시지를 보내 인권위가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 제안을 지지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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