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사법영역서 편가르면 정의-공정 세울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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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확대간부회의 앞서 입장문
“법리와 증거 앞에 겸손해야 하고 별건-구속수사 관행 이젠 그쳐야”
檢 폐쇄적 조직문화 변화도 당부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사진)는 24일 “사법 영역에서 편을 갈라서는 안 된다. 편을 나누면 정의와 공정을 세울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차장은 이날 오전 권한대행으로서 대검 간부들과 첫 확대간부회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A4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 차장은 “검찰은 언제부터인가 ○○라인, ○○ 측근 등 갈려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우리도 무의식중에 그렇게 행동하고 상대방을 의심까지 한다”고 했다. 이어 “정치와 전쟁에서는 피아 식별이 제일 중요한 요소지만 수사와 재판이라는 사법 영역에선 편을 갈라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검찰을 하나 되게 만드는 건 정의와 공정의 가치이고, 구체적으로는 법리와 증거”라며 “법리와 증거 앞에 우리 모두 겸손해야 하고 자신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차장이 지난해 하반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법무부 장관의 잇단 수사지휘권 발동 등에서 불거진 검찰 내부의 편 가르기를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조 차장은 25일부터는 새로운 지침을 시행해 검찰의 ‘별건 수사’를 엄격하게 통제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과는 별개인 피의자의 또 다른 혐의나, 피의자 가족의 혐의를 포착했을 때 이를 기존 수사팀이 아닌 다른 부서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수사팀이 피의자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또 다른 혐의로 방향을 틀어 수사하면서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조 차장은 “실적을 올리려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자백, 공모관계를 밝히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 수사하는 잘못된 관행을 이제 그쳐야 한다”며 “구속 수사는 법 취지에 맞게 도주나 증거 인멸에 해당하는 경우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도 했다.

조 차장은 검찰 견제 기관으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과 협력하고 소통해 달라고 일선에 당부했다. 검찰과 공수처, 경찰은 29일 첫 ‘3자 협의체’ 회의를 열고 기관 사이의 사건 이첩 규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 차장은 “(검찰은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질책 속에도 반성은 일회성에 그치고, 오만하고 폐쇄적으로 보이는 조직문화와 의식 속에 갇혀 국민에게 고개를 낮추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조남관#입장문#정의와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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