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소정]졸속 개통된 ‘온클’… 여전히 준비 안된 ‘개학’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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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정책사회부
이소정·정책사회부
올해도 달라진 건 없었다. 개학 후 2주간 온라인에서 아이들이 마주한 것은 온라인클래스의 ‘수업 준비 중’과 함께 돌아가는 빨간색 동그라미(‘로딩 중’)였다. 교육부는 8일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개학 후 2번째였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 투입된 에듀테크 기술의 역사가 짧아 현장을 정확히 예측 못 했다”며 현장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년차 개학을 맞이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난해보다 나아진 원격수업을 기대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전면 확대’를 여러 차례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새 학기 혼란은 피할 수 없었다.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 개발이 워낙 촉박하게 이뤄진 탓이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클래스의 주요 기능 14개 중 6개는 정식 개통 당일인 지난달 28일에야 도입됐다. 학교관리자 기능, 반(클래스)시간표, 출결·진도율 및 수업이력 확인 등을 개학 직전에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정도 규모의 LMS를 개발하려면 보통 10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에야 개발업체를 선정했다. 교육부는 예산 확보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4월 공공 LMS 기능 개선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7월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고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추진 과정에서 현장과 소통이 부족한 점이 혼란을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수업에 필수적인 LMS 기능이 뒤늦게 도입되면서 시범운영(2월 15∼27일)의 의미가 사라진 점을 지적했다. 충분한 피드백이 반영되지 않은 LMS를 마주한 교사들은 갑작스레 바뀐 상황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교육부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준비된 원격수업’을 원한다면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 현장과 단절된 채 추진되는 정책은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온클#개학#에듀테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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