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이성윤, 공수처 이첩 맞긴 한데…김진욱 결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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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일 0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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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민주공화국과 법의 지배’를 주제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공수처 출범 이후 김 처장이 공개 토론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2.25 © News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민주공화국과 법의 지배’를 주제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공수처 출범 이후 김 처장이 공개 토론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2.25 © News1
2019년 외압을 가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을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지난달 26일 수원지검의 세 번째 소환에 불응한 채 서면 진술서를 우편으로 제출했다. 혐의 일체를 부인한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 자체를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의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수원지검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공수처 수사 1호를 요구한 것이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에 보낸 진술서에서 “현재 시행 중인 공수처법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이를 수사처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공수처법 제25조 2항을 언급했다. 해당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수원지검의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이 지검장에 대한 조사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영장 집행 등 강제수사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 지검장이 ‘역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출범 한 달 남짓 지난 공수처가 수사 검사 채용을 진행 중으로 4월에야 수사팀 구성을 마무리하고 1호 사건에 들어갈 수 있기에, 이 지검장이 시간을 벌기 위해 공수처 이첩을 주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지검장의 주장처럼 현행 공수처법 25조2항은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보면 현직 검사가 연루된 이 사건은 공수처 이첩 대상이다.

다만 실제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될지는 불확실하다. 이첩 관련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 제정 작업은 4월에 마무리될 전망으로, 대검과 공수처간 이첩 관련 실무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현재 대검과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25조 제2항에서 말하는 인지시점, 즉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시점’을 언제로 할지를 두고 조율 중이다. ‘인지 통보’(공수처법 24조 2항)와 ‘검사 범죄 혐의 발견 이첩’(25조 2항) 조항이 향후 공수처와 검찰 간 사건 이첩 관련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다.

공수처로선 여러 기관과 논의를 거쳐 이첩 기준부터 마련해야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등 구체적인 사건의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기준조차 없는 상태에서 이첩 여부를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 공수처의 입장이다. 김 처장이 김학의 사건 관련 이첩논의가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논의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낸 김 처장은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 제정에 있어 사건 이첩 요청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공수처의 일방적 우위로 수사기관 간 협력적 견제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지적을 감안해 매우 정교하게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김 처장의 일관된 생각이다.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는 ‘수사심의위원회’(가칭) 구성을 규칙에 담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이처럼 공수처장 취임 이후 줄곧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상징성이 큰 1호 사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온 김 처장이 어떠한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법조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김 처장은 특정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사건 이첩 등 기준에 대해선 정치적 중립성 여부와 공정성 논란 등을 들었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 25일 관훈포럼 토론회에서 사건 이첩에 대해 “검찰에서 이첩받는 기준은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을 보고 공수처장이 가져오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는 경우에 사건을 이첩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 법의 정신”이라며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는 등) 공정성 논란이 있는 경우에는 수사가 많이 진행됐어도 (사건을) 가져오라는 취지인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지 않을 사건을 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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