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협박’ 신고 받았는데…경찰 범행 장소 헤맨 사이 신고자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4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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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로 위협을 받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주소를 파악 하느라 5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신고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와 초동 대응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24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17일 오전 0시 49분경 광명시에 사는 A 씨(49·여)가 “알고 지내는 남자가 흉기를 들고 찌르려 한다”며 다급하게 112로 신고했다. 112 상황실 접수요원이 “주소가 어디냐”고 위치를 묻었고 “모르겠다. 광명에 있는 B 씨(53) 집”이라고 했다.

접수요원은 즉시 ‘코드 제로’를 발령한 뒤 관할인 광명경찰서에 상황을 전파했다. 코드 제로는 납치, 감금,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가 의심될 경우 발령되는 경찰 업무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다.

광명경찰서는 경찰 21명을 현장에 출동시켰고, 와이파이와 기지국 방식에 따른 정보를 근거로 무려 600여 가구가 밀집한 다세대주택 지역을 대상으로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워낙 범위가 넓은데다 밤이어서 A 씨의 소재 파악은 쉽지 않았다. 가장 정확한 위치파악이 가능한 A 씨 휴대폰의 GPS도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수색에 진전이 없자 112 신고 녹음을 다시 들었고, A 씨가 가해자인 B 씨의 이름을 언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112에 신고가 접수된지 50여 분이 지난 오전 1시42분경 B 씨의 집을 찾았지만 A 씨는 이미 흉기에 찔려 싸늘한 주검 상태였다. B 씨는 경찰조사에서 “A 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아서 말다툼을 벌이다 너무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24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112 신고부터 현장 출동까지 시간이 지연된 사유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유족은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이 제때 출동하지 않아 어머니가 숨졌다”는 글을 올려 처벌과 사과를 요구했다.

광명=이경진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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