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러 패스트푸드 간다”…또 드러난 방역 구멍

  • 뉴시스
  • 입력 2021년 1월 8일 11시 43분


정부, 패스트푸드점 커피 등 실내 취식 금지
햄버거 시키면 취식 가능…카페처럼 이용
"햄버거만 식사에 해당? 누구 기준 따랐나"
"커피 마실 곳 없어 어쩔 수 없이 오게 돼"
손님 응대하는 매장도 난감…"지침에 맹점"
"손님이 커피만 마신다고 어떻게 쫓아내나"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과 함께 타 업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커피·디저트류 등 취식도 금지했지만, 여전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커피·디저트류만 실내 취식이 금지된 만큼 햄버거를 1개라도 시키면 커피도 마실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인데, 일부 시민들은 “햄버거는 버리고 커피만 마시려고 한다”며 패스트푸드점을 카페처럼 이용하고 있다. 정부 방역수칙의 허점이 또 드러난 셈이다.

8일 뉴시스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소비자들 대부분 커피와 디저트류만 실내 취식이 금지되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A씨는 “식사를 할 때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까 감염 방지 차원에서 그런 조치를 한 것이 이해는 된다”면서도 “애매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적절한 조치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커피나 디저트뿐만 아니라 햄버거 등 메뉴 전체를 매장 안에서 못 먹게 하든지, 먹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애매하게 구분돼 있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햄버거만 식사에 해당한다는 것은 누구 기준에 따른 것이냐. 누군가에게는 도넛이나 빵이 식사가 될 수도 있는 건데, 그럼 카페에서도 실내 취식이 가능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B씨는 “일부 매장에서는 ‘1인이 햄버거 1개씩은 시켜야 한다’는 지침이 있는데, 이미 점심을 먹고 와서 배부른 사람도 있고 햄버거 1개를 다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커피를 마실 곳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패스트푸드점에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B씨는 “매장 지침이라고 해서 햄버거를 시키기는 했는데, 이미 점심을 먹고 와서 햄버거는 안 먹고 버릴 것 같다”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디저트도 먹는 음식인데 왜 테이크아웃밖에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종로구 다른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C씨는 “둘이 왔는데 커피를 마시려면 햄버거도 시켜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1개를 시켰다”며 “다른 데 갈 곳이 많으면 좋겠지만 패스트푸드점 밖에 없어서 불편하다. 정부에서 방역수칙을 정하는 머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늘고 있지만, 막상 이들을 직접 상대하는 매장 직원들은 애매한 정부 방침에 본사에서도 일관된 지침을 내리지 못해 응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4명이 와서 커피 4잔을 시키고 햄버거는 1개만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식사류를 주문한 것은 맞기 때문에 직원이 손님들에게 매장에서 나가줄 것을 권유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자체적으로 ‘1인 1버거’ 지침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소비자들 불만이 심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패스트푸드 브랜드 대부분의 본사 차원에서는 ‘커피·디저트류는 실내 취식 금지’라는 정부 방침을 따르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막상 현장에서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직원들은 “본사 지침은 원론적인 내용 뿐”이라며 “정부 방침의 맹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구체적인 지침은 없었는데, 4명이 커피만 마신다고 쫓아내기도 좀 그렇지 않겠느냐”며 “굉장히 난감한 입장이지만 정부 지침에 따르고 있다는 입장 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4명이 와서 커피 4잔에 햄버거를 1개만 시켜도 식사를 시킨 것은 맞기 때문에 나가라고 할 수 없다”며 “정부 방침에 맹점이 있다 보니 손님들을 대할 때도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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