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제보 사례 보니…“밤 11시까지 일하고 만원”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13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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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사례 분석 보고서 제작
포괄임금제 대처 방안, 개선 방안 마련
"가장 큰 문제, 야근과 임금체불 일상화"
"임금 체불 분쟁 대비…증거 모아놔야"

“회사에서 오후 9시 넘어서까지 야근을 해야 ‘1일 1만원(저녁식사 비용 개념)’을 야근수당으로 지급한다고 합니다. 오후 9시 전에 퇴근하면 야근수당이 없고, 오후 11시까지 일해도 똑같이 1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달에는 총 근로시간이 300시간에 가까울 때도 있습니다.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 시간이 연봉계약서에 기재된 ‘연장근로 52시간 및 야간근로 26시간’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662개 중 포괄임금제 관련 제보 사례 65건을 분석해 ‘포괄임금제는 어떻게 공짜 야근을 만드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13일 밝혔다.

“직장인들의 월급을 훔쳐가는 대표적인 제도인 포괄임금제”에 대해 근로계약서, 계약 내용, 임금 지급 실태 등 실제 사례 분석을 통해 위법성과 대처 방안, 제도 개선 방안 등 마련을 위한 보고서라는 것이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의 장시간 노동 국가다.

노동시간 단축을 힘들게 만드는 제도적 원인으로 손꼽혀 온 것 중 하나가 포괄임금제로, 이는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을 실제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정액급제) 기본급과 별도로 정액의 수당으로 지급하는 임금 방식(정액 수당제)을 뜻한다.

직장갑질119 측은 “포괄임금제가 왜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되는지는 제보 사례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상담 사례를 통해 본 포괄임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야근과 임금체불의 일상화였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 119 측은 “포괄임금제로 약정된 시간외근로 시간보다 더 일하는 경우에는 추가로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업장은 매우 드물었다”며 “추가수당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근로시간 산정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출퇴근 기록을 하게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위한 칼퇴근법’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3년6개월이 지나도록 해당 공약은 청와대 서랍 안에서 잠들어 있다”며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포괄임금제가 무효로 될 경우 기본급 산정에서는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원칙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한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불법 포괄임금제는 법상 무효가 되고, 노동자는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며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임금체불 분쟁에 대비해 교통카드 기록 등 출퇴근 시간의 증거를 모아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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