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접대 검사 불기소에…“커피 한잔 안되고, 96만원 술접대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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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0일 0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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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검사들에 대한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일부 검사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검사 술접대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지난 8일 현직 검사 나모씨와 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 김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검사 3명에 대한 술접대 사실은 객관적 증거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A씨를 포함한 검사 3명과 이 변호사 등 총 4명에게 536만원 상당의 접대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검사 3명 중 향응 수수 금액이 100만원이 넘는 나 검사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A와 B검사는 술자리 도중 귀가해 향응 수수 금액이 100만원 미만이었다고 판단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1인당 접대 금액이 1회 1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검찰은 검사 2명은 당일 술자리에서 밤 11시 이전에 귀가해 밴드·유흥접객원 추가비 55만원의 접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의 계산법에 따라 검사 2명은 각각 96만2000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됐고 처벌 금액 기준인 100만원을 넘지 않아 기소를 면했다.

◇‘검사님들을 위한 99만9000원짜리 不기소 SET’ 풍자 포스터

각종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선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검사 2명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사실이 명백히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향응 수수금액이 기준 이하라는 이유로 해당 처분을 받은 데 대해 “경찰은 사건관계자에게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셔도 처벌되는데, 검사는 룸살롱에서 피의자에게 접대를 받아도 100만원 미만이면 괜찮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검사는 룸살롱에서 뭔 짓을 해도, 피의자에게 향응 접대를 받아도 처벌 받지 않는다. 100만원이 아니면. 처벌하기엔 쪽팔리게 너무 적으니까”라고 꼬집었다.

이 네티즌은 “그런데 검사가 아닌 공무원은 커피 한 잔도 처벌한다. 권익위 사례집에도 나온다. 경찰 조사 중인 민간인이 경찰에게 커피 한잔 사줘도 되는지? 정답은 안된다이다. 왜냐하면 사건 관계자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검사는 괜찮다. 왜? 힘 있으니까. 대통령에게도 대놓고 대드는데, 뭐 그까짓 김영란법쯤이야 그냥 개무시”라고 지적했다.

이 네티즌은 “일반 공무원에게 허용 가능한 접대 범위는 식사 3만원까지이다. 여기서 100원만 넘어도 처벌 받는다. 검사는 빼고”라면서 “검사들,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 너무 힘이 세다 보니까, 국민 시선 이런 거 신경 안 쓴다. 남의 눈 티끌만 평생 보고,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보는 검찰 나리들의 거품을 빼줘야 한다. 다른 공무원들과 키맞춤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선 ‘검사님들을 위한 99만9000원짜리 불기소 세트’라는 문구가 담긴 술자리 포스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포스터를 만든 네티즌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초기에는 김봉현씨의 접대 자리에 검사가 없다고 주장하다가 실체적 증거가 나오니 이제는 말도 안되는 계산법으로 불기소 처리하는 검찰의 작태가 한심했다”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학병원이 소방관 응급대원에게 무료 커피를 대접하면 안 된다는 서울시 소방본부 감사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소방관에게 커피 한잔 대접도 안 된다면서 검사들에게 술 99만원을 대접하는 건 되는 것이냐”라고 글을 써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검찰 ‘향응 수수금액 계산법’에 대한 문제제기도

검찰의 향응 수수 금액 계산법에 대한 문제제기도 줄을 잇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술접대가 있던) 강남구 청담동 술자리 총비용 536만원 중 밴드 비용 및 유흥 접객원 비용 55만원을 빼면 481만원”이라며 “481만원을 5명(김 전 회장, 이 변호사, 나 검사 A·B 검사)이 나누면 (1인당 술값은) 96만2000원”이라고 풀어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한 뒤 “참석자들이 오후 11시 이전에는 술만 마셨고, 오후 11시 이후 비로소 밴드를 불렀느냐. 유흥 접객원은 오후 11시 이전에는 일체 서비스를 하지 않았느냐”며 “오후 11시 이전에 19만원을 초과한 서비스(5인으로 나누면 1인당 약 4만원)가 이뤄졌다면, (총비용은) 500만원이 넘게 되고 (이를) 5인으로 나누면 (1인당 쓴 술값은) 100만원이 넘어 기소가 된다”라고 꼬집었다.

폭로의 당사자인 김 전 회장도 전날(9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검사 3명은 옆자리에 여성 종업원이 앉았고 종업원 한 명당 5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며 “검사 3명이 50만원의 접대를 받았다고 보고 거기에 추가로 마신 술값 등을 더하는 것이 맞다. 그러면 검찰 계산 방식에 따르더라도 다른 후배들 모두 100만원을 초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은 “매우 황당하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공무원 징계양정 기준, 경찰·감사원에 비해 관대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검사 2명은 향후 감찰(징계) 조치 예정이다. 그러나 각 기관별 징계 양정 기준을 비교해 보면 검찰공무원에 대한 징계양정 기준은 다른 사정기관인 경찰청이나 감사원보다 관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의 징계기준에 따르면, 직무관련성이 있는 금품 및 향응 수수의 경우 100만원 미만시 검찰공무원은 ‘감봉 이상’을, 경찰과 감사원은 ‘정직 이상’의 징계를 받는다. 일반 국가직 공무원도 ‘정직 이상’의 징계 조치된다.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부당지시 등에 있어 경미한 경우 검찰은 ‘감봉’ 조치를 하게 돼 있는 반면 경찰은 ‘감봉’ 또는 ‘정직’의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 부당지시 등이 중대한 위반일 경우엔 검찰은 ‘정직 이상’의 징계조치를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경찰은 해임에서 파면까지 조치된다.

공금횡령 및 유용에 대한 징계에 있어서도 검찰은 ‘300만원 미만’인 경우 ‘견책 이상’, ‘300만원 이상’일 경우엔 ‘정직 이상’의 징계를 받도록 돼 있다. 이와 달리 경찰은 ‘경미’한 경우 감봉부터 해임까지 가능하고, ‘중대’할 경우엔 해임이나 파면할 수 있다. 감사원도 ‘100만원 미만’일 경우 감봉 이상의 징계를 하도록 돼 있고, ‘100만원 이상’일 경우엔 정직에서 파면까지 조치가 가능하다.

일각에선 대검 예규로 정하고 있는 징계기준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사 징계는 법무부에 설치된 검사징계위원회에서 하기 때문에 내부 징계기준을 정할 경우 그 형식은 법무부훈령 등 법무부 규정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검예규(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로 징계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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