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까지 알아내”…을왕리사고 유족, ‘6억 합의’ 동승자에 위협 느껴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8일 11시 31분


을왕리 사건 가해 차량 동승자/뉴스1 © News1
을왕리 사건 가해 차량 동승자/뉴스1 © News1
“따님 퇴근하셨네요? 어머님 차량 세워져 있는 거 보면 집에 계시는 거 같은데 응답이 없으시네….”

을왕리 음주교통사고로 숨진 치킨배달 가장의 유족 측은 지난 달 27일 법원에 “가해차량 동승자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동승자 측에 “합의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수차례 집을 찾아와 (동승자 측이 합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벌인 행위들에 위협을 느끼면서다.

동승자 측은 첫 재판이 있던 지난달 11월5일 이후인 같은달 24일 유족의 이웃집을 찾아왔다. 일찍이 유족으로부터 합의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받아서다.

이웃은 동승자 측으로부터 유족과의 연결을 부탁받으면서 “민사소송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이 3억 정도 될 것”이라면서 “우리들은 그 두배인 6억도 줄 수 있으니, 원만하게 합의하자는 말을 전달해달라”는 말을 들었다.

유족 측은 이웃에게 동승자 측의 말을 전달받고 11월27일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전부터 계속해서 합의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집을 알아내 찾아와서는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는 취지로다.

그러나 동승자 측은 유족 측이 법원에 의견서를 낸 뒤인 11월30일에도 유족의 이웃을 방문했다. 이웃은 동승자 측이 대화도중, 숨진 피해자의 딸이 퇴근하는 것을 보자 “따님 퇴근하셨네요”라고 딸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해 놀랐다.

동승자는 이어 “집 앞에 어머님 차량은 세워져 있는데, 응답이 없으시네”라며 차량까지 알고 있다는 말도 했다.

이웃은 이 같은 일들을 유족 측에 알리는 한편 동승자 측에는 “더 이상 우리를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동승자 측은 12월 2일 3명이 몰려와 유족 집의 문을 두들겼다.

유족 측인 안주영 변호사는 “집도, 딸 얼굴도, 차량번호까지 알고 있으면서 막무가내로 집을 찾아오는 행위에 유족 측은 위협을 느끼면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합의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알렸는데도 잇따라 집까지 찾아오는 행위에 일거수일투족 감시를 받는 느낌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사죄(나 합의라는 명분으로)하겠다고 찾아오고 있지만, 지금의 행위들에 비춰보면 나중에 얼마든지 보복까지 당할 수 있다면서 두려워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안 변호사는 동승자의 행위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또 추후 이달 22일 열릴 속행 공판에서 동승자의 행위를 합의 종용 내지는 2차 가해로 보고 양형에 반영해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안 변호사는 “합의를 위한 노력이 감경사유가 될 수 있는데, 동승자 측은 향후 재판부에 최선을 다해서 사죄하려고 했지만 피해자 측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감경받고자 하는 것 같다”면서 “동승자의 행위는 합의를 위한 진지한 반성이나, 노력이라고 보기 어렵고 합의종용 내지는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또다시 위협적으로 유족 측을 찾아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조성 등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한편, 추후 재판에서도 법원에 이 같은 위협적 행위도 양형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운전자 A씨(34·여)와 불구속기소된 동승자 B씨(47·남)의 속행 공판은 이달 22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들 재판은 코로나19로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휴정이 권고되면서 한차례 연기됐다.

A씨 등은 지난 9월 9일 0시52분께 인천 중구 을왕동 한 호텔 앞 편도2차로에서 만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고 400m가량을 시속 22㎞를 초과해 달리면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달리던 오토바이를 받아 운전자 C씨(54·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치킨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몰다 변을 당했다.

검찰은 지난달 18~29일 A씨와 B씨에 대한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B씨도 사고를 일으킨 과실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의 공동정범으로 결론지었다.

A씨는 재판에 넘겨져 혐의를 인정했으나, B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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