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층서 ‘펑’ 폭발 소리와 함께 불길…군포 아파트 화재로 4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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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소재 아파트 화재 현장. 2020.12.1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1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소재 아파트 화재 현장. 2020.12.1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어떡해…. 아이고, 어떡하나.”

1일 오후 경기 군포에 있는 한 아파트. 900세대가 넘는 단지의 한 동에서 시커멓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12층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새빨간 화염에 휩싸인 채 타오르고 있었다. 바깥에서 화재 현장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불길이 주변으로 번져가자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오후 4시 37분경 해당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오후 8시 기준 4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이 다쳤다. ‘펑’하는 폭발 소리를 들은 주민이 곧장 119에 신고했으며, 약 7분 뒤인 43분경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불은 30여 분만인 오후 5시 10분경에 초등 진압됐다. 소방당국은 집안에 있던 전기난로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불이 난 12층에서 추락해 숨졌으며, 나머지는 2명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특히 추락 사고는 소방대가 도착하기 겨우 1분전에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불길과 연기를 피하려고 바깥으로 몸을 던졌거나 옥상으로 대피하다 화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상자들은 13층과 15층에서 각각 3명씩 발견됐다. 이들 6명은 연기 흡입 등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비교적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측은 “다만 사망자 2명이 발견된 옥상 계단에서 함께 발견된 부상자는 상당히 중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소재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0.12.1 © News1
1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소재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0.12.1 © News1
이날 화재로 피해를 입은 집은 위아래로 모두 8가구에 이른다. 불은 윗집으로도 번졌으나 15층 이상 위로 번지지는 않았다. 아파트 자체는 25층짜리 건물이나 불이 난 라인은 15층이 최상층이어서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화재가 발생한 집에서는 발코니 창문 쪽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추락한 남성 2명이 공사 관계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오전부터 창호를 교체하는 공사가 있었다. 이날 하루만 진행하는 공사였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공인중개사 A 씨는 “불이 난 뒤 ‘살려 달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한 남성이 추락하는 걸 지켜본 주민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침 화재 현장에 있던 사다리차 덕분에 추가 피해자를 막기도 했다. 불이 옆집까지 번지면서 집안에 있던 여성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바깥으로 다급하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고 한다. 이때 1층 주차장에 있던 사다리차가 사다리를 위로 올려 가까스로 구조됐다. 한 주민은 “해당 주민이 사다리에 올라타는 과정에서 아찔하게 발코니 난간에 매달리는 장면이 반복돼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전했다. 이날 해당 아파트에서 예정된 이사는 없었으며, 불이 난 집의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동원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소방당국은 집안에서 사용하던 전기난로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난로에 들어있던 시너에 불이 붙으면서 큰 폭발이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소방 등 가용 행정력을 총동원해 추가 구조자 수색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 장관은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해 유족들에게 사고를 알리고 부상자 치료와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주문했다.

군포=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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