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5단계로 나눠… 영업제한 최소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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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거리두기 개편]1.5단계 등 신설… 7일부터 시행
수도권-지방 나누고 발령기준 완화
술집 닫는 2단계 돼도 식당은 허용
장기화 대비 마스크 의무 대상 확대

‘핼러윈데이’ 거리 둘 틈 없는 이태원 거리 핼러윈인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세계음식특화거리에 
많은 시민이 몰렸다. 한때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모여 “‘지옥철’을 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모임 자제를 당부했지만 이날과 30일 이태원과 홍익대, 강남역 등 서울 주요 유흥가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핼러윈데이’ 거리 둘 틈 없는 이태원 거리 핼러윈인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세계음식특화거리에 많은 시민이 몰렸다. 한때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모여 “‘지옥철’을 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모임 자제를 당부했지만 이날과 30일 이태원과 홍익대, 강남역 등 서울 주요 유흥가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3개 단계에서 5개 단계로 바뀐다. 신규 확진자 등 발령 기준은 완화되고 지역별로도 차이를 둔다. 운영 중단 같은 강제 조치는 최소화한다. 그 대신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조치는 대상이 확대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거리 두기는 ‘1-2-3단계’에서 ‘1-1.5-2-2.5-3단계’로 나뉜다. 단계별 발령 기준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일평균 확진자가 수도권은 100명, 비수도권은 권역별 30명(강원·제주는 각 10명) 이상이면 1.5단계로 상향된다. 2단계는 △전국 300명 이상 △1.5단계 기준의 2배 △2개 권역 이상 유행 중 한 가지 이상 해당할 때 전국 혹은 해당 지역에 발령한다. 이후에는 전국적 유행 상황이다. 전체 신규 확진자가 하루 400∼500명 이상이면 2.5단계, 800∼1000명 이상이면 3단계가 전국에 발령된다.

이에 맞춰 다중이용시설 관리 기준도 바뀐다. 우선 고·중·저위험시설 대신 유흥주점 등 중점관리시설(9종)과 PC방 등 일반관리시설(14종), 나머지 실내시설(기타)로 나뉜다. 하지만 같은 중점관리시설이라도 유흥시설은 2단계부터 운영이 금지된다. 반면 노래연습장은 2.5단계에 문을 닫는다. 또 식당은 확진자가 하루 800명 이상 발생하는 3단계 아래서도 운영이 가능하다. 그 대신 시간과 인원은 제한된다. 시설 종류에 따라 방역 조치를 달리한 것이다. 이른바 ‘정밀 방역’이다. 단계별 기준 및 조치의 수위를 낮췄지만 중점·일반관리시설 23종 모두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번 개편안은 방역 장기전에 필요한 전략이자 ‘위드 코로나(with corona)’에 대비한 일상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지속 가능한 방역’을 위해 봉쇄 위주의 강제적 방식 대신 참여를 이끌 자발적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거리 두기는 준비 기간을 거쳐 7일부터 시행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중대본 회의에서 “경제를 위해 방역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탄탄한 방역을 위해 개편하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방심과 안일함을 떨치고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코로나 장기전 대비… 하루 확진 800명 넘어도 식당 ‘제한적 영업’ ▼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개편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팬데믹(대유행) 종식의 유일한 희망인 백신 개발은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올해 안에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백신이 나와도 대량 접종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은 최소 1년 이상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 봉쇄와 억제를 기반으로 한 기존 방역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 거리 두기 ‘완화 아닌 현실화’

종전 거리 두기 기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이상이면 3단계가 발령됐다. 하지만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전국 유행 단계인 2.5단계 전까지는 단계 발령과 방역조치가 전국 7개 권역별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수도권은 일주일간 일평균 확진자가 100명을 넘고 다른 권역은 30명(강원 제주는 10명)을 넘지 않으면 수도권만 1.5단계로 상향된다. 이러면 수도권에서 일주일 내내 하루 90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경남 호남 등 비수도권에서 권역별로 20명씩 매일 나와도 전국적으로 1단계가 계속된다. 단계 상향을 위한 전제조건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것이다.

정부는 완화가 아닌 ‘현실화’라고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도 향상됐고 중환자 병상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방역과 의료 두 가지 역량이 모두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 대신 위험한 지역에 대해 ‘정밀한 방역’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다중이용시설도 운영 금지 같은 봉쇄 조치를 줄이는 대신 기본 방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기존에는 고·중·저 위험시설로 나뉜 시설들을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일괄적으로 운영 제한하거나 금지했다. 경제적 타격이 큰 데다 비슷한 위험도의 시설인데도 조치가 달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다중이용시설 분류를 중점관리시설과 일반관리시설로 단순화하고 운영 금지를 최소화하는 대신 시설별 세부 방역조치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같은 중점관리시설이라도 유흥시설은 지역적 유행 단계인 2단계부터 운영이 금지되고 식당은 3단계까지 운영할 수 있다. 클럽은 국내 확진자가 300명 넘게 발생하는 2단계부터 문을 닫지만 식당은 800명 이상이 발생하는 3단계라도 오후 9시 이후 내부 취식만 불가능해질 뿐 낮시간 일반 운영은 가능하다. 카페도 매장 내 취식만 금지된다. 필수시설과는 거리가 먼 실내체육시설은 일반관리시설이라도 확진자가 400∼500명 이상 발생하는 2.5단계부터 운영이 금지된다.

영화관과 공연장의 경우 확진자 수가 100명 이상 발생하는 1.5단계에서는 일행이 아닌 사람들끼리만 좌석을 띄어 앉으면 된다. 2단계부터는 일행도 무조건 한 자리 띄어 앉아야 하고 2.5단계에서는 좌석을 두 칸 띄거나(공연장)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해야 한다(영화관).

정부는 그 대신 기존에 현재 고위험시설에만 적용되던 핵심방역수칙(마스크 착용 등) 이행을 중점·일반관리시설 23종 전부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강제적 방역보다 자발적인 방역에 무게를 두겠다는 취지다.

○ 장기전 대책 긍정… 느슨해진 기준 우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코로나19가 장기전에 들어간 이상 장단기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 효율적 방역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단계 세분화는 물론이고 지역별로 기준을 달리한 방향도 잘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의 최소화보다는 인명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해야 하고 우리나라 (방역) 역량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편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을·겨울철 언제든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데 단계를 느슨하게 바꾼 것은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바뀐 기준에 따르면 5, 6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시작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유행도 1단계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지 image@donga.com·이소정·김소민 기자
#코로나19#거리두기#개편#5단계#영업제한#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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