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내려고 수임료 신고조차 안 한 변호사…집안 금고에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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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압류한 그림과 조사관이 체납자의 서재 책꽂이에서 숨겨진 현금을 발견한 모습.© 뉴스1
국세청이 압류한 그림과 조사관이 체납자의 서재 책꽂이에서 숨겨진 현금을 발견한 모습.© 뉴스1
서울 강남에서 일하는 변호사 A 씨는 세금을 안 내려고 사건 수임료 신고조차 안 했다. 탈세를 의심한 국세청이 행정자료를 통해 집까지 찾아갔지만 A 씨는 신고된 주소지에 살지 않았다. 국세청이 호화 주택 거주자들을 집중 조사하기 때문이다. 미행과 탐문을 통해 알아낸 그의 실거주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290㎡ 규모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 월세로 살면서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녔다. 당국이 A 씨의 사무실과 거주지를 덮친 결과 사무실의 서재 책꽂이 뒤에는 현금 360만 원이, 집안 금고에는 순금과 일본 골프회원권, 명품 시계, 명품 핸드백 등 2억 원 상당의 물품이 보관돼 있었다. 국세청은 이를 모두 압류했다.

B 씨는 2017년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다. 세무 당국은 B 씨 역시 고급 수입차를 끌며 주소지가 아닌 다른 곳에 거주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당국이 3개월 간 잠복, 미행한 끝에 B 씨의 차량은 타인 명의였고, 경기 지역의 한 고급 단독주택에 사는 것을 확인했다. 실거주지를 수색해 미화 1만 달러와 명품 시계, 그림 등 1억 원 상당의 물품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추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 1조5055억 원을 현금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징수·확보한 금액보다 1916억 원 늘었다. 사해행위(고의로 재산을 줄이는 행위) 취소소송 449건을 제기하고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290명을 고발했다.

국세청은 이번에 체납조사에선 처음으로 빅데이터 분석 방식을 도입했다. 체납자 금융거래, 주민등록 주소지 변경, 외환거래, 소득 및 지출 내역 등을 기초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했거나 친인척 명의로 해외로 빼돌린 사례 등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닌 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 체납자 28명을 찾아낸 뒤 빅데이터로 실거주지 추정장소를 파악해보니 이들 중 24명의 실거주지와 추정장소가 일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총 12억 원을 현금 징수하고 23명을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고발했다.

국세청은 이번에 추가로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재산 은닉 혐의가 있는 고액체납자 812명을 선정해 추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체납 처분을 면탈한 체납자뿐 아니라 조력자까지도 형사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내년부터는 납부 능력이 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납부하지 않는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 세금이 납부될 때까지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감치할 계획이다. △국세 3회 이상 체납 △체납 기간 1년 경과 △체납액 합계 2억 원 이상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자에 한한다. 다만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체납처분 유예 등 세정 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다.

세종=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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