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퇴치’ 이유로 군인 때려 숨지게 한 40대 목사 ‘징역 4년’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4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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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 © News1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 © News1
휴가 나온 군장병의 몸 속에 귀신이 씌었다며 이를 내쫓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목사에게 법원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미경)는 4일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목사 A씨(40대)에게 이같은 실형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의 부인 B씨(30대)와 부부사이이자 또 다른 교회 목사인 C씨(40대), D씨(40대)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월7일 오전 1시께 A씨가 활동하고 있는 경기 화성시 소재 교회에서 휴가를 나온 E씨(24)를 눕힌 뒤, 목을 조르고 복부와 가슴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평소 군복무 동안 받은 스트레스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E씨는 휴가기간 모친의 소개로 해당 교회를 찾았다. 하지만 A씨는 E씨의 정신적 고통의 원인은 몸 속에 있는 ‘악령’ 때문이라면서 퇴마의식을 빌미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E씨는 지난 2월2~6일 해당 교회에서 합숙을 하면서 A씨가 알려준 방법대로 금식과 함께 스스로 몸을 때렸고, 같은 달 7일에는 A씨 일행의 폭행이 더해졌다.

A씨는 사건 당일, E씨의 배를 수차례 가격한 후에 배 위에 올라 타, 양손으로 목을 졸랐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E씨가 저항하자 C씨 부부와 C씨의 딸 2명에게 팔, 다리를 제압하라고 지시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까마귀가 나가야 한다”며 나무재질로 된 십자가로 E씨의 머리, 등, 가슴부위를 때리며 폭행에 가담했고 E씨가 뱉어낸 침들을 비닐에 받아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십자가를 이용, E씨의 등부위를 가격했지만 사망예견의 가능성은 없었으며 E씨가 뱉어낸 침을 받아내는 정도에 불과한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C씨와 D씨는 일전에 E씨와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이 두려워 A씨의 지시에 의해 범행에 가담한 것이며 이는 강요에 의한 것이므로 형사책임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를 비롯, 4명의 피고인에 대해 모두 ‘죄가 있음’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나무재질로 된 십자가를 이용, E씨의 등부위를 가격했다는 사실이 분명해 보이고 ‘기도’라는 이유에 E씨가 고통 속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사망에 이르기까지 예견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C씨와 D씨는 강요에 의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하지만 E씨의 팔, 다리를 제압해 움직일 수 없게 하는 등 충분히 옳은 방법이 아닌 기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A씨가 협박을 하거나 강요에 의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못 내렸다는 상황으로도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하지만 B씨는 이 사건에 대해 주도적으로 역할한 것은 아니며 C씨와 D씨는 A씨로 인해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 등 여러가지 유리한 양형을 참작해 이같이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범행에 대해 반성하고 잘못을 시인하는 점, 또한 법원에서 채택한 증거를 살펴봐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B씨를 비롯해 C씨와 D씨 등 3명에게는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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