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막상 당하고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다시는 못 할 짓’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4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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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 오후 10시 17분, 대전시로부터 평소와 같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확진자 5명 발생, 215번부터 219번 관련 보도자료 배포했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이 문자 한 통의 여파는 대단했다.

24일 오전 8시께 세종시로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의 문자 한 통이 왔다. ‘세종시청 출입 기자 중 확진자 발생, 20일 브리핑실 방문자는 보건소 방문 및 검사를 받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다.

알고 보니 지난 8월 20일 세종시 언론 브리핑 현장에 대전시 216번 확진자인 인터넷 기자가 참석한 것이다.

이날 아침(24일) 직장을 다니는 배우자는 자차를 이용해 출근, 딸 둘은 등교한 상태였다. “큰일 났다”라는 생각에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이들을 불렀다.

귀가 즉시 세종시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보건소 직원은 “아플 수도 있습니다”라고 통보하고 목구멍과 코 깊숙이 면봉을 쑥 밀었다. 아프진 않았는데 기분이 묘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25일 오전 전원 ‘음성’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역학 조사 중이니 격리를 유지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결과는 ‘자가격리 2주’, 다행히 배우자와 아이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눈물이 핑돌았다.

◇대전 216번 인터넷 기자 확진 여파는 대단했다.

이춘희 세종시장, 실·국장, 공무원 등과 기자 33명을 포함 총 50여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대전에서도 동료 기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40여명의 기자가 자가격리됐다.

또 대전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5명과 당직자, 허태정 대전시장, 공무원들이 검사를 받았고 대전시청, 대전시의회, 대전시교육청, 세종시청, 세종시교육청, 충남도청, 충남도의회, 대전지방경찰청 등 기자실이 즉시 폐쇄됐다.

어떻게 알았는지 소식을 들은 70대 노모는 전화를 걸어와 목이 잠긴 채 연신 “어떡하니”라며 걱정을 했다. 나도 눈시울을 적실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자가격리 당한 부모를 둔 죄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등교가 중지되며 본격적인 격리에 들어갔다.

◇행정 당국 신속, 철저한 지원엔 박수… 다만, 전문인력 확보 배치 시급

우선 주소에 속한 동사무소에서 전담 공무원이 배정된다. ‘격리통지서’ 수령과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는 첫 번째 과제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해진다. 어렵지 않게 앱을 설치하고 천천히 앱을 들여다보니 간단하면서도 있을 것은 다 있다.

앱 구성은 ‘자가진단하기’, ‘자가진단 목록’, ‘정보등록/수정’, ‘생활수칙안내’, ‘전담공무원연락처’로 단순하다.

격리가 시작되면 하루 두 번씩 ‘자가진단하기’를 통해 ‘열 또는 발열감’,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말도 200자 내외로 작성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체크하지 않으면 ‘즉시’ 알람이 울려 보챈다. 자가격리 위치를 벗어나거나, 핸드폰이 장시간 움직이지 않아도 찌렁찌렁한 경보가 ‘삑삑’ 울린다.

또 담당 공무원은 평일과 주말에도 전화를 걸어 건강상태와 불편이 있는지 묻는다. 처음에는 ‘친절’을 가장한 ‘족쇄’에 매인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갈수록 공무원에게 괜한 고생을 한다는 미안한 느낌이 든다. 동사무소 직원 10여명 정도가 한 사람당 5명 내외 격리자를 지난 2월부터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열정’만으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선물도 준다. 벨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사람은 없고 커다란 종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열어보니 즉석밥, 즉석 국-찌개, 구운 김, 라면, 생수, 반찬, 물티슈 등이 담겨있다. 우울해지려고 하는 참에 불쑥 배달된 선물로 “한번 버텨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이 모든 일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다. 행정 당국의 신속, 꼼꼼, 철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동사무소 담당 공무원들은 방역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은 아니다. 자신들의 업무를 하면서 격리자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관련 교육을 받았지만, 만일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력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업무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를 감당할 전문성 있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운영해야 할 것이다.
◇역시 ‘배달의 민족’… 격리 속에도 전화 한 통이면 해결

커피, 생선회, 족발, 초밥, 탕수육, 자장면, 아이스크림, 김밥 이것들은 자가격리 중 배달해 먹은 음식들이다. 집에만 있으니 유일한 즐거움은 먹는 것이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볼 필요도 없다. 앱으로 주문 결제하고 벨 소리에 나가서 문 앞에 있는 음식만 받으면 된다.

평소 배달음식을 시켜봐야 중국집이 전부였던 상황에서 커피와 생선회까지 배달해 주는 상황에 놀라움을 넘어 감사했다. 스마트폰을 이용 마트에 필요한 물건을 배달하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집 문 앞에 놓여 있다.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이 해결된다.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우울감

코로나19 확진 기사를 작성할 때마다 무증상 확진, 자가격리 중 잠복기 후 확진 판정 등 경우를 많이 봤다.

보건소에서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을 때, 우울함을 넘어 화도 나고 짜증도 났다. 그렇지만 처음 이런 사태를 만든 인터넷 기자도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가해자는 아니며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만약 나 또한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누구를 욕하고 원망할 수 없는 일이다.

4일 기준 국내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 842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331명이다. 세계적으로는 확진자 2645만 8208명, 사망자는 87만 2508명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고 생활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주변에 기침하는 사람을 보면 쏘아보게 되고,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린 사람들을 보면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만큼 거슬린다.

정부가 할 일은 정부가 할 것이고, 개인이 할 일은 개인이 실천해야 한다. 기본인 마스크 철저히 쓰기,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기, 개인위생 철저, 증상이 보이면 검사받기 등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말들이다. 사소한 일이며 시행하기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그렇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격리하는 것은 힘들다. 다시는 못 할 짓이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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