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버려라, 당장 떠나라” 끝없는 비난… 갑자기 죄인이 됐다

전주=김기윤 기자 입력 2020-08-29 03:00수정 2020-08-3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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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코로나보다 무서운 ‘확진자 낙인’… 20년 맛집의 눈물
전북 전주시에서 ‘죽도민물매운탕’을 운영 중인 김호섭 씨가 지난달 술병으로 가득 찬 주류 냉장고를 들여다보고 있다. 김 씨는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았지만 문전성시를 이루던 김 씨의 매운탕집은 ‘코로나 식당’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쉴 새 없이 팔리던 냉장고의 술들도 쓸쓸히 묵혀가고 있다. 전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감염병의 그림자는 바이러스보다 크고 어둡다. 바이러스가 떠난 자리에도 질기게 남아 혐오와 차별을 키운다. 단지 감염병에 걸렸었다는 사실만으로 ‘상종 못할 사람’이 되고, 확진자가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얼씬도 하면 안 되는 곳’이 되어버린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도 낙인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발표한 ‘코로나19 인식 조사’에 따르면 확진자들의 ‘공포 심리’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가 두렵다’(3.87점·5점 척도)는 것. ‘다시 감염될 수 있다’(3.46점), ‘완치되지 못할 수 있다’(2.75점)는 점보다 낙인이 더 두렵다는 이야기다. 유 교수는 “감염 책임을 특정인, 집단에 돌리면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의 낙인이 생긴다”며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최근 코로나19는 넓고, 빠르고, 강력하게 번지고 있다. 방역당국이 “이젠 언제 어디서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말할 정도다. 누군가에게 쏜 비난의 화살이 언제라도 나에게 돌아와 꽂힐 수 있다.》



신문을 끊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신문이 배달되지 않았다. 치킨을 주문하고 주소를 불러주니 갑자기 “닭이 떨어졌다”며 전화가 뚝 끊겼다.

바스락 인기척에도 창밖을 살피게 된다. 가게 앞으로 차 한 대만 지나가도 손끝, 발끝이 얼어붙는다. 누가 갑자기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건 모두 그날 이후 생긴 증상이다. 꽃샘추위 탓인지 왠지 으슬으슬하던 그날.

○ 그날 이후

3월 18일 김호섭 씨(67)는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X선 검사에서 검게 나와야 할 폐의 3분의 2가 하얗게 흐려져 있었다. ‘5년 전 앓았던 폐렴이 다시 생겼나….’ 조금 심란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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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병원 음압병상으로 가셔야 합니다.” 의사의 말에 김 씨의 가슴은 쿵 내려앉았다. 한순간에 ‘전북 10번, 전주 3번’이 됐다. 김 씨가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보도가 쏟아졌다. ‘하필 음식점에서’라는 제목과 함께 온라인에 가게 이름과 위치, 김 씨의 신상이 노출됐다. “죽어도 싸다” “사형시켜라” 같은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다.

전북 진안에서 17년, 전주시 우아동에서 20년. 매운탕에 인생을 걸고 열심히 살았다. 60대 후반의 김 씨 부부가 젊은 날을 쏟아부은 ‘죽도민물매운탕’.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이 이름이 졸지에 ‘코로나 식당’이 되고 말았다. 식당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이 집이 코로나래”라며 손가락질을 하고는 사라졌다. 포털사이트들은 죽도민물매운탕의 연관 검색어로 ‘코로나 식당’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식당 앞에 선 김호섭 씨는 “요즘도 ‘여기가 그 코로나 식당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전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보건당국은 3월 5∼18일 김 씨의 동선을 공개했다. 꾸준히 다니던 헬스장, 생필품을 사러 갔던 슈퍼마켓, 감기 기운 등으로 찾았던 병원들이 모두 공개됐다. 부인과 아들, 처제, 손자, 헬스장 직원 등 김 씨와 접촉한 16명은 자가 격리됐다. ‘코로나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매일 다니던 곳, 늘 만나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폐를 끼치다니….’ 김 씨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그래도 몸이 회복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다.

○ 섬이 된 ‘죽도’

김 씨는 입원 23일 만인 4월 9일 퇴원했다. 접촉자 중 추가 감염자는 없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김 씨는 신천지 신도도 아니었고, 대구 방문 기록도 없었다. 전주 시내 이동 중에도 도보나 개인 차량만 이용했다.

그러나 김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사우나에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난 수위는 더 높아졌다. 김 씨가 코로나에 걸린 줄 알면서 일부러 사우나에 갔다거나, 역학조사에서 동선을 숨겼다는 비난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그러나 김 씨의 동선을 직접 조사한 문대봉 전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초기에 (김 씨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보니 늦게 파악된 것뿐”이라며 “일부러 진술을 하지 않거나 고의로 숨긴 게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죽도민물매운탕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가게에 하루에 100통 넘게 전화가 왔다. “빨리 뒤져라” “망해버려라” “당장 전주에서 떠나라”…. 욕설과 막말이 쏟아졌다. 의심과 비난은 밑도 끝도 없었다. 김 씨 부인은 “너희 남편이 신천지 여자랑 어디서 널브러졌다 온 것 아니냐”는 막말도 받아내야 했다.

부부는 지쳐갔다. 밀려드는 전화를 더 이상 받을 힘이 없을 무렵, 전화가 서서히 줄었다. ‘전주시 추천 맛집’ 간판을 달고 20년 영업한 전통도 전화와 함께 사라졌다.

식사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식당에 누구도 찾지 않았다. 전주의 한 택시기사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알 만큼 유명했던 집”이라며 “주인이 감염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근처에 가자는 손님도 없어졌다”고 했다.

손님만 떠난 게 아니었다. 신문 배달원도 감염이 두려워서인지 신문을 넣지 않았다. 다른 식당 음식을 시켜 먹으려 해도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몸이 불편할 때마다 방문했던 병원은 “굳이 올 필요 없다. 증세를 알려주면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놓겠다”고 했다. 코로나 낙인이 찍혀버린 ‘죽도’민물매운탕은 섬이 돼버렸다.

○ 낫지 않는 병

코로나19는 나았지만 새로운 병이 생겼다. 결벽증, 수면장애, 공황장애, 우울증까지….

김 씨 부부는 바이러스를 없애야 한다는 강박에 일주일에 한 통씩 소독제를 써댄다. 손이 하얗게 벗겨질 정도로 소독제를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심장이 쿵쿵댄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한숨을 쉬는 버릇도 생겼다. 하루 종일 방 안을 빙빙 돌기만 한 적도 있다. 사회적 낙인은 밝고 활기차던 부부에게 우울감과 공황장애를 안겼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는 김 씨 부부의 바람은 헛된 희망이었다. 제자리로 돌아온 건 몸뚱이뿐. 모든 게 나빠졌다.


죽도민물매운탕은 김 씨가 코로나19에 걸리기 이전과 이후,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이전엔 40명 규모의 큰방, 10명씩 앉을 수 있는 작은 방 5개, 홀에 있는 16개의 테이블은 오전 11시 무렵부터 손님들이 들어찼다. 월 매출은 2000만 원을 거뜬히 넘겼다. 확진 이후 6월까지 한 달 매출은 2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가족 3명이 매달린 일터에서 근로자 1명의 최저임금(올해 월 179만5310원)이 안 나온다.

손님 없는 식당이란 괴괴하다. 김 씨는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맞이하려 가게 문 앞을 서성인다. 신을 이 없는 실내화를 이리 놓았다 저리 놓았다 줄을 맞춘다. 두를 이 없는 앞치마를 의자에 놓았다 옷걸이에 걸었다 손길을 놀린다. 며칠째 손님이 한 번도 앉지 않은 테이블을 괜스레 한 번 더 닦아본다.


아주 가끔 정적을 깨며 전화벨이 울렸다. 더는 욕설을 퍼붓는 전화는 아니다. 예약을 하려는 ‘귀한 손님’들의 전화다. 그런데도 부부 얼굴의 그늘은 가시지 않았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절박함과 불안감이 이들을 짓누르고 있다.

“혹시라도 식당이 한 번 더 코로나19에 얽히면 어떡해요. 한 번은 어떻게 겨우겨우 지나갔더라도 두 번은… 두 번은 정말 끝이에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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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코로나19#확진자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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