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소도시 아케이디아 시장으로 취임한 중국계 에일린 왕(58·사진)이 중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illegal agent)으로 활동한 혐의를 인정하고 11일 사퇴했다. 미국의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중국의 지시를 받고 친(親)중 활동에 가담한 것이 드러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왕 전 시장이 중국을 위한 미등록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으로 활동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은 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반드시 대리인으로 등록하고 미국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왕 전 시장은 기소 직후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시장직을 사퇴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의 당국의 소수민족 탄압을 부인하는 콘텐츠 등을 지역 사회에 퍼트렸음을 시인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징역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본토에서 태어난 왕 전 시장은 2000년대 초 아케이디아로 건너왔다. 인구 약 5만6000명의 소도시로 중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 주민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교육 및 주거 여건이 우수한 곳으로 꼽힌다.
왕 전 시장은 2020~2022년 역시 중국계인 전 약혼자와 함께 중국계 미국인을 위한 뉴스 매체를 운영하며 친중 콘텐츠를 퍼트렸다. 특히 그는 2021년 6월 중국 측으로부터 ‘신장위구르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란 메시지를 받았다. 중국의 각종 탄압이 횡행하는 신장위구르산 면화로 만들어진 제품의 불매를 촉구하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사설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왕 전 시장은 이 메시지를 받은 지 몇 분 만에 “신장위구르에는 집단 학살이나 강제 노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콘텐츠를 자신의 매체에 게재했다. 이를 본 중국 측 인사 또한 “정말 빠르다”고 만족했다. 미 법무부는 이런 일련의 활동이 그와 중국의 공모를 보여 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보고 있다.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X에 “왕 전 시장은 중국의 지시에 따라 그들의 이익을 증진시켰다. (중국의) 이런 영향력을 뿌리 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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