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업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3단계가 시행되면 일상이 마비되는 만큼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경우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3단계가 시행되면 줄폐업을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실내외에서 10인 이상 집합·모임·행사가 전면 금지된다. 또 고위험 시설뿐만 아니라 목욕탕·영화관 등 중위험 시설까지 문을 닫아야 한다. 사실상 전국적인 셧다운(shutdown·임시휴업)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학교 수업도 원격으로 전환한다. 올초 신천지발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 때보다 더 큰 악영향이 예상된다.
2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441명을 기록했다. 국내 지역발생이 43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해외유입은 7명이었다. 이는 173일 만에 최대 규모다. 일일 확진자가 14일째 세 자릿수를 기록하며 2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269명으로 치솟았다.
이처럼 연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3단계 시행되면 다 망한다”…유통업계 ‘초긴장’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실낱같이 이어오던 고객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며 3단계 강화가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3사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일제히 ‘비상체제’ 돌입했다. 이들 업체의 방역 수준은 이미 3단계를 상회한다.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이후 Δ푸드코트 테이블 축소 Δ문화센터 ‘개문냉방’(開門冷房) Δ비말 차단 칸막이 설치 Δ거리두기 안내 방송 등 조치가 이뤄졌다.
문제는 ‘집객’(集客)이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처럼 거리두기 3단계 시행으로 소비자 심리가 더 위축될 경우, 매출이 바닥까지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업계 내에 퍼져 있다.
실제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지난 21~23일 주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나 쪼그라들었다. 직전 주말(14~16일) 매출이 7% 늘었는데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가까스로 회복됐던 매출이 곧바로 꺾인 셈이다.
업계는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될 경우, 매출이 최대 70% 이상 증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현재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25~30% 줄어든 상황인데 3단계로 진입하면 70%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도 “이미 방역은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3단계가 시행되더라도 입점 카페나 문화센터를 폐쇄하는 것 외에는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소비자가 위기감을 느끼고 발길을 끊는다면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차리리 문을 닫는 게 이익인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탄력성이 높은 생필품이나 신선식품이 주력이기 때문에 수요가 대거 온라인으로 옮겨갈 수 있어서다. 영업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도 매출이 3~4% 이상 줄어든 상황인데 3단계가 시행된다면 10% 이상으로 매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대응 매뉴얼을 짠다고 하더라도 매출 감소 등 초유의 악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될 경우 국가재난지원금 사용처를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차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빠지면서 치명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코로나19는 대기업과 소상공인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 체력 없는 中企·소상공인 “2단계 유지하면서 코로나 잡아야”
중기·소상공인 업계도 거리두기 3단계 시행을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3단계 시행시 손님이 급감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전날(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이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김 회장은 “거리두기 3단계 시행으로 전국이 셧다운되면 자영업자, 중소기업은 지금도 힘든데 매출 등이 완전히 끊겨 아사직전에 처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수그러뜨려야 한다”며 “만약 3단계가 정해지더라도 사전에 중소기업계와 충분히 협의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정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중기중앙회는 전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빨리 잡는 게 급선무기 때문에 거리두기 3단계를 격상하더라도 먹고 살기 막막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들이 필요하다.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대출기간 연장 등 지원해줄 수 있는 모든 제도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중위험 시설에 해당하는 대부분이 소상공인 업종인 만큼 소상공인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기업 70%는 재택근무 예측도 있는데 그나마 오피스 상권을 통해 힘겹게 생존을 연명하고 있는 소상공인들도 죽을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우려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강성천 차관을 주축으로 거리두기 3단계 시행에 대한 여러가지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거리두기 3단계가 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소규모 중소기업·스타트업은 대비가 힘들기 때문에 2단계에서 국민들이 방역 등에 강하게 동참해 상황이 진정 되는게 좋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대비해 대출시 전면 온라인 체제로 전환, 전통시장 방역 대책 등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소진공 관계자는 “1450개 전통시장은 밀집돼 있기 때문에 방역조치에 대해 어떤 식으로 공문을 보낼지, 대출을 어떤 방식으로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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