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임시총회서 횡령 유죄 판결문 배포…대법 “명예훼손 처벌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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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26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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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협동조합의 조합원이 임시총회에서 조합 발기인의 횡령유죄 판결문을 배포한 것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합원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송씨가 판결문 배포를 통해 조합의 발기인 A씨에 대해 적시한 사실중 중요한 부분은 ‘A가 조합의 재산을 횡령해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된다”며 “송씨의 발언 중 ‘다 해먹었다’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해서 A씨가 조합 재산‘ 전부’를 횡령했다거나 횡령 피해액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적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횡령사건 판결서에 기재된 A씨의 횡령방법, 기간, 액수에 비춰보면 이런 내용을 접한 송씨로서는 조합의 대표자인 B씨의 관여 내지 묵인 없이는 A씨의 범행이 일어날 수 없었으리라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송씨가 판결서 배포를 통해 적시한 사실은 진실에 부합하고, 설령 진실인지 여부가 다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송씨로서는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수개월에 걸쳐 11억원이 넘는 조합 재산을 횡령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조합의 재산관리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조합 이사장 B씨가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 아닌지를 의심하게 하므로, 이 사실은 조합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송씨가 적시한 사실은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판결 중 명예훼손 부분을 파기한다”며 사건을 2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송씨는 2017년 9월 전주시 덕진구에서 열린 택시협동조합 임시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이거봐라, A가 B랑 같이 회삿돈을 다 해먹었다”라고 말하면서 A씨의 횡령사건 판결문 사본을 배포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6년 7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조합의 자금 11억여원을 횡령해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었다. 조합 대표자 B씨도 횡령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A씨와 함께 수사를 받았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송씨는 또 조합원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B씨에게 욕설을 해 모욕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혐의도 받았다.

앞서 1,2심은 “A씨의 판결서에는 범죄사실뿐 아니라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까지 기재되어 있었고, ‘다 해먹었다’는 표현은 피해액이 반환됐다는 판결서 내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송씨의 행위로 A씨는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전과자로 알려지게 됐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또 “B씨는 관련수사에서 A씨와 함께 업무상횡령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는데도, 송씨는 B씨가 실제로 횡령혐의에 가담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발언을 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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