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파업 포스터 점검하는 의협관계자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 등에 반대해 벌이는 집단휴진을 하루 앞둔 13일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협회 사무실에서 집단휴진과 관련한 집회 포스터를 확인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14일 의료계 집단 휴진(파업)이 현실로 다가왔다. 일주일 전 전공의 파업과 다르게 이번에는 동네 병·의원이 문을 닫을 수 있다. 경기도와 부산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의료기관에 업무 개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 앱, 콜센터 통해 휴진 여부 미리 확인해야
이번 파업에는 동네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를 비롯해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까지 참여한다. 특히 동네 병원이 얼마나 파업에 참여하는지가 일반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하는 기관이 대거 문을 닫을 경우 환자들이 갈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시공휴일(17일) 지정으로 연휴가 되면서 휴진 신고를 하지 않고 아예 휴가를 가는 병원도 많다. 이미 13일부터 휴가를 시작했거나 파업과 별개로 14일 휴가를 공지한 병원도 있다. 자칫 사흘 이상 동네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파업 당일 교통사고 등 응급 상황에 처할 경우 대학병원 응급실 방문이 가능하다. 물론 대형 병원의 전공의, 전임의 다수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곳의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등 필수 진료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병원을 지키기로 했다. 다만 상태에 따라 외과, 내과, 치과 등 세부 진료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인력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응급 상황이 아니지만 급히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출발하기 전 보건복지부 콜센터(129)에 전화해 문을 연 병·의원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각 시도 홈페이지에도 당일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이 게시된다. 응급의료포털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응급 진료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통상 1, 2차 의료기관의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대학병원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치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진료의 경우 진료의뢰서가 없어도 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파업 당일 인력 부족으로 외래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 수술 일정 바꾸고 당일 진료 안 받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13일 오후 2시 기준 전공의 1만3571명 중 1만1529명(84.95%)이 파업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일주일 전 전공의 파업과는 다르게 이번엔 전공의의 선배인 전임의도 참여한다. 7일 전공의 파업 때에는 전임의가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서울 주요 병원의 경우 전임의 다수도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병원에서 진료를 볼 수 있는 인력은 사실상 교수들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들은 14일 잡혀 있던 수술 일정을 당기거나 미루는 등 어느 정도 미리 준비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대형 병원의 경우 인력을 조정했고 응급실 등 필수 업무를 담당할 인력은 남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전공의의 90%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임의는 320여 명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입원이나 수술 일정의 10∼20%는 다음 주로 연기됐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에게 집단 휴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주 전공의 파업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80%가 파업에 참여했다. 전임의(260명) 참가율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에 반대하며 이번 파업을 추진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2, 3차 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업이 반복되면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병원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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