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기관이 공동관리” 책임 미룬 水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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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
지자체 “대규모 방류 피해” 항의에
“섬진강댐 물 15%만 관리” 해명… 댐관리 규정엔 “관리자는 水公”
“홍수 조절이 최우선”도 명시… 한수원-농어촌公도 “水公이 관리”

섬진강 하류 수해지역 대표자들, 수자원공사 항의방문 섬진강댐 하류 수해 피해 지역의 대표자인 황숙주 순창군수, 심민 임실군수, 
허태영 남원시 부시장(오른쪽부터)이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왼쪽)을 만나 “섬진강댐의 대규모 방류로 침수 피해가 커졌다”며 
항의하고 있다. 임실군 제공
섬진강 하류 수해지역 대표자들, 수자원공사 항의방문 섬진강댐 하류 수해 피해 지역의 대표자인 황숙주 순창군수, 심민 임실군수, 허태영 남원시 부시장(오른쪽부터)이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왼쪽)을 만나 “섬진강댐의 대규모 방류로 침수 피해가 커졌다”며 항의하고 있다. 임실군 제공
“우리가 담당하는 역할이 있는데 그걸 넘어서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13일 섬진강댐 하류 지방자치단체 대표들이 “제때 물을 내보내지 않고 뒤늦게 대규모 방류를 해 수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전북 임실, 전남 곡성 등 5개 지자체 대표들은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를 방문해 7, 8일 집중호우로 대규모 강물 유입이 예상되는데도 수자원공사가 적절히 예비 방류를 하지 않는 등 홍수 관리가 부실했다고 항의했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섬진강댐은 우리와 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3개 기관이 운영하는데 우리는 섬진강댐 저수량 총 4억6600만 t 가운데 15%의 생활용수와 3000만 t의 공간을 활용하는 권한만 갖고 있어 홍수 조절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어 “4억 t(실제는 3억7000만 t)은 농어촌공사가 쓰는 것인데, ‘당신들 물 비우라’고 할 수가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수자원공사가 댐 방류를 하려면 나머지 두 기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하지만 ‘댐 건설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댐관리규정에 따르면 박 사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 이 규정 2조는 섬진강댐의 관리자가 수자원공사라고 명시하고 있다. 7조에는 ‘홍수기에는 홍수 조절이 생활용수나 발전용수 등 다른 용도보다 최우선권을 갖는다’고 적시돼 있다. 홍수 대비를 위해서는 수자원공사가 댐 관리자로서 다른 두 기관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량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수원과 농어촌공사도 박 사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홍수기에는 수자원공사의 판단에 따라 홍수 전에 얼마든지 댐을 비울 수 있다. 한수원과 농어촌공사는 방류량에 관여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측도 “홍수기에 수자원공사가 방류량에 대해 우리와 협의하는 절차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관할 홍수통제소 역시 “최근처럼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에는 수자원공사가 농어촌공사와 한수원의 용수를 고려하지 않고 재해예방만 신경 써서 방류 계획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관련 규정과 한수원, 농어촌공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수자원공사의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홍수 조절이 어려웠다”는 박 사장의 답변은 책임회피성 해명에 가깝다. 한 수자원 관리 전문가는 “섬진강은 하류 재첩 서식지가 바닷물 영향으로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방류해 염분을 씻어내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물 보관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5개 지자체 대표는 수자원공사를 관할하는 환경부 세종시 청사에도 방문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이날 조 장관은 이들이 도착하기 30분 전 충북 제천으로 출장을 갔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천 폐기물 매립시설 홍수 현장에 출장 일정이 있었다. 지자체에서 방문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미리 잡혀 있던 일정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현재 섬진강 하류 주민 수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전=박종민 blick@donga.com / 구례=조응형 / 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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