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인 첫 입장 “미련했다…처음에 소리 질렀어야 했는데”

박태근 기자 입력 2020-07-13 15:02수정 2020-07-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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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추행’피해를 입었다며 고소한 서울시 직원 A 씨는 13일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가진 기자회견에서 A 씨의 편지를 대독했다.

이 편지에서 A 씨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있다 생각했다. 미련했다”며 “처음에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이어 “그랬다면 지금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다”며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세상을 꿈꿨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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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용서하고 싶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 받고 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그 분께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며 “죽음이라는 두 글자는 나도 담지 못한 글자다”고 썼다.

이어 “그래서 실망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 될지 모른다는 마음에 망설였다. 그럼에도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느끼고 숨이 막힌다”고 전했다.

그는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위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며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지만 저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저와 제 가족이 일상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고소인 A 씨 글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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