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지켜야 일상 지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래갈 코로나… 악수-떼창 일단 멈춤
정부, 생활속 거리두기 세부 지침 발표


해외 유명 가수의 내한공연장에는 어김없이 ‘떼창’(단체노래)이 울려 퍼졌다. 떼창은 케이팝과 함께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 중 하나였다. 야구장 분위기를 대형 노래방으로 바꾼 힘도 떼창이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앞으로 보기 힘들어진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공간에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치명적이다.

인사의 기본인 악수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미 코로나19 발병 후 각종 모임에서 악수하는 걸 보기 힘들어졌다. 혼밥(혼자 식사하기), 혼행(혼자 여행하기)은 더 유행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극단적 단절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더 빠르고 편해진 온라인 환경에서 소통하고 즐기는 다양한 비대면 문화가 등장할 것이다.

24일 정부가 발표한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 지침은 이처럼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별, 상황별 31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 후 지속 가능한 일상생활의 밑그림이다. 마스크 착용, 1m 이상 간격 유지, 손 소독 등은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행동이다. 접촉의 최소화를 위해 비대면·온라인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이나 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내용도 많다. 경조사 때 식사 제공을 자제하게 되면 결혼식 피로연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장례식장 조문 시간은 ‘30분’이 표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나 시차출근이 늘어 출근길 ‘지옥철’ 상황도 줄어들 것이다.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는 건 코로나19의 단기간 종식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유행이 최장 2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지침은 강제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확정돼도 권고사항이다. 그러나 민간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자칫 2차, 3차 유행이 나타날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돼서다. 이 과정에서 기존 문화나 현실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방역과 일상의 조화는 상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쟁점을 신중히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더해 최종안을 확정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새로운 일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이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며 “현실에 맞춰 사람 사이의 정을 잃지 않고 공동체의 새로운 가치관과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소정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생활 속 거리두기#뉴노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