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초미세먼지 예보 정확도 79%… 中과 협업해 적중률 더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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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관측-예보 시스템 업그레이드

11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상황실에서 이대균 센터장(왼쪽)과 최진영 연구사가 동북아 지역의 초미세먼지 측정값과 대기질 모델링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1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상황실에서 이대균 센터장(왼쪽)과 최진영 연구사가 동북아 지역의 초미세먼지 측정값과 대기질 모델링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오늘 봄 햇살은 포근했지만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았는데요. 내일도 수도권과 충남을 중심으로 ‘나쁨’ 수준을 보이겠습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6.9도까지 오른 8일 저녁 뉴스에서 나온 일기예보의 한 대목이다. 밖에서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고 싶지만 초미세먼지 때문에 야외 활동을 망설이게 되는 상황은 이제 낯설지 않다. 어느 순간 우리에게 미세먼지 예보는 다음 날 날씨를 확인하면서 꼭 함께 챙기는 소식이 됐다. 미세먼지 예보는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 오존 예보를 포함한다.

미세먼지 예보는 기상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일기예보와 비슷하다. 그러나 대기오염물질 배출 상황을 확인하고, 이 오염물질들이 기상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언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챙겨야 한다는 점에서 더 복잡하다.

미세먼지 예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이 2013년 8월 시범 예보를 실시하며 첫발을 뗐다. 지금처럼 초미세먼지와 오존까지 하루 네 차례 예보하는 형태는 2015년, 전국 19개 권역으로 나눠 예보한 것은 2016년부터다. 미세먼지 예보는 지난 7년간 여러 차례 개선하며 발전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11일 오전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상황실 화면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몽골의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각 나라가 공개한 자료를 예보관들이 쉽게 볼 수 있게 정리한 것이다. 이대균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연기 등 인간 활동으로 생성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현황을 파악하는 건 미세먼지 예보의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 고농도 미세먼지를 예측·대비하라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그래서 미세먼지 예보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환경기준(m³당 15μg)보다 높고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이에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 동시에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킨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처음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2013년 시범 예보를 시작할 때 고농도(‘나쁨’ 수준 이상) 예보의 정확도는 절반 수준이었다. 오염물질 배출 현황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없었을 뿐 아니라 범위도 국내 위주였다. 오염물질의 이동 경로를 모의 계산하는 모델은 단 한 개였다. 예보관들도 경험이 없어 헤매기 일쑤였다.

시범 예보 기간 동안 문제점들이 발견되자 국립환경과학원은 2014년부터 기상청과 협업을 시작했다. 예보관 사무실을 기상청으로 옮겨 기상청과 수시로 소통하게 했다. 늘 대기 상황을 체크하고 전망하는 기상 전문성과 오랜 시간 날씨 예보를 해 오며 쌓은 경험을 공유하며 예보 역량을 다졌다.

2019년 고농도 예보 정확도는 79%까지 올라갔다. 자료의 양과 질이 모두 늘고 예보관의 경험도 쌓인 덕이다. 지금은 중국과 일본, 몽골 등 각국이 공개하는 대기질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23개 모델이 내놓는 결과를 예보에 활용한다. 하루 네 번 미세먼지 예보를 발표하는 데 참고하는 자료는 7만여 개,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주간예보에서 참고하는 자료는 10만여 개다.

중국과의 협업도 진전됐다. 2015년부터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 35개 도시의 대기질 수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지난해 말부턴 19개 권역의 초미세먼지,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이 고려된 예보 자료도 하루 한 차례 공유한다. 이 센터장은 “중국 대기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의 분석 자료를 받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참고할 자료가 늘어나면 예보관의 보는 ‘눈’이 많아지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 측정·연구 강화로 정확성을 높여라


그러나 정확한 예보를 위해선 아직 숙제가 많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일부 실측치와 연구 자료를 토대로 산정하지만, 실제 실시간으로 어디서 얼마나 배출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오염물질들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 대한 규명은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한다. 중국 등 국외에서 넘어오는 오염물질이 서해와 북한을 거치면서 어떤 변화를 거치는지도 알기 어렵다. 서풍 대신 동풍이 늘어난 지난겨울의 기상 상황이 일시적 현상인지 기후변화로 계속 나타날 현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발사에 성공해 궤도에 무사히 안착한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B호’와 숫자를 늘린 국외 미세먼지 측정소 등에서 관측한 자료들이 쌓이면 예보의 질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은 올 상반기 1단계 완료를 목표로 ‘한국형 통합 대기질 측정·예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한중 대기질 공동 관측 등의 협업 강도도 높일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미세먼지 예보를 더 세분한다. 일평균으로만 예보하는 현 예보 시스템도 오전과 오후를 나눠 예보하거나, 장기적인 계절 예보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를 위해 “예보만 전담하는 인력을 늘리고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미세먼지 예보#대기질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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