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륙 한달 보름, 곳곳서 ‘탈진·우울’ 호소…“휴식·긍정자세 필요”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5일 1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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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자 국민이 느끼는 심리적인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지 46일째인 5일 오전 0시 기준,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확진자 수는 총 5766명이다. 대구·경북지역의 확진자 수가 5000명이 넘은 가운데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에도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 코로나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그동안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개인위생에 힘썼던 사람들도 차츰 지쳐가는 모습이다. 뉴스1 취재 결과,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 사태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씨(24)는 코로나19 때문에 최근 집 밖을 못 나간 지 2주가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쇼핑을 하러 나간 것이 마지막 외출”이라며 “나도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집 밖을 나설 엄두가 안 난다. 평소에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데 옆 사람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대학교 개강마저 미뤄진 뒤 이씨는 집에서 주로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휴대전화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는 “헬스장도 못 가고 집에만 있으니 몸이 안 좋아지는 기분이다.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며 “옷이나 음식을 인터넷으로 주문한 뒤 택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 운영을 돕고 민원전화에 응대하는 공무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건담당 공무원 A씨는 “코로나 때문에 업무시간도 늘었고 주말에도 매일 출근한다”며 “밖에 나가서 밥먹을 시간도 없어 매 끼니를 도시락으로 때운다”고 말했다.

A씨는 “코로나가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별진료 지원을 계속 나가니까 에너지 소진이 심하다. 더구나 감염병 대응 매뉴얼이 자주 바뀌어 체계 잡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출근시간이 당겨지고 퇴근은 늦춰져 수면시간이 많이 줄었다”며 “코로나 사태가 빨리 끝나 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속도 타들어만 간다. 코로나19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부부나 워킹맘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자녀 2명을 키우는 워킹맘 이모씨(39)는 “재택근무도 하면서 아이도 돌보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친정엄마까지 집에 오셔서 육아를 도와주지만 힘이 부치는 건 사실”이라며 “엄마도 힘드셨는지 안 하던 코골이까지 하시며 주무신다”고 말했다.

다둥이 엄마 박모씨(35)는 아이 3명을 한 번에 돌보는 게 지쳐서 스스로 ‘코로나 이산가족’을 택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첫째는 친정엄마에게 보내 엄마가 일주일째 아이를 돌보고 있다. 이젠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할 놀이도 없고 카드값도 만만하지 않게 나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백유진 한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면 신체 피로가 가중되고 면역이 약해지면 코로나에 취약해진다”며 “과로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심리”라며 “내가 너무 불안한 건 아닐까‘ 걱정을 하기보단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반경이 굉장히 좁아졌기 때문에 집 안에서라도 자신의 규칙적인 생활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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